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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 꽃 / 도광의

 

중참(中站)먹고
밭고랑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나면
서럽게 우는 한 마리 뻐꾸기

 

햇빛 쨍쨍한 나절
길 복판에 퍼질고 앉아
투정하는 아이의 눈물

 

쓸쓸한 음식이라고
목월(木月) 선생이 이름을 붙인
목 한 사발

 

팔베개를 하고 눈감아 보면
배고픈 시절에 피었던
조팝나무 꽃

 

 

 

 

조팝나무 / 강세화

 

훅 불면 다 날아갈
부푼 낟알들이
일제히 터지고 있다.

 

머리를 부딪치며
엉겨붙어 감싸며
간지르고 헤헤거리며

 

무너지지 않고
어그러지지 않고
아우성치지 않고

 

 

 

 

조팝나무 꽃잎 희게 날릴 때 / 남유정(南宥汀) 
 

   
그리움은 저 가지 끝의 꽃눈처럼
눈을 뜨고 말아
그대를 향해 만개한 꽃잎을 날리고
내 그대를 부르는 간절함으로
봄날이 가네

 

 

 

 

조팝나무 / 도종환

 

낮에는 조팝나무 하얗게 피는 걸 보다 왔구요
날 저물면 먼저 죽은 시인의 시 몇 편을 읽었어요
어떤 꽃은 낮은 데서 높은 곳을 향해 피는데
낮은 데서 낮은 데로 혼자 피다 가는 꽃도 있데요
그래도 사월이면 저 자신 먼저 깨우고
비산비야 온 천지를 무리 지어 깨우더군요
해마다 봄 사월 저녁 무렵엔 광활한 우주를 되걸어와서
몸서리치게 우리 가슴 두드려 깨우는데요
시 삼백에 삿된 것도 많은 우리는
언제 다시 무슨 꽃으로 피어 돌아와
설움 많은 이 세상에 남아 있을런지요

 

 

 

 

♬ 연주곡 / 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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