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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에는 내가 없습니다

                 
 詩-오영해/시낭송- 설연화


내 사랑에는 내가 빠져 있습니다
밭가에 핀 찔레꽃 앞에 앉아 그대를 떠올렸을 때
나는 이미 그대에게로 가버린 나를 어찌할 수 없어 지켜만 보았습니다
내 의지보다 나는 항상 더 멀리에 있었습니다

뻐꾸기 울음소리를 따라 뒷산에 올랐을 때
돌아가자 가자 하였으나 나는 그대 마을만 보고 있었습니다
별이 바로 머리 위에 돋을 때까지

눈이 무릎을 넘는 그대 마을 어귀에서
떨면서도 마음이 뜨겁던 나를 나는 차마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눈사람이 되어 서 있다가 햇살이 눈부실 때까지는

바람을 안고 언덕에 서서 발돋움할 때 종일 뭣 하느냐 지나는 이 물으면방금 아카시아 꽃이 지는 걸 보러 왔지요 변명만 대신 해 줄 뿐
흐르는 눈물을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오늘 해가 지기 전에 찾아가서 고백하라고 등을 밀면
주저앉아 도리질 하며 그대가 딱 한 장 보낸 편지만 보여 주는데
나라도 나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 사랑에 내가 빠져 있었듯이
그대와의 이별 후에도 나는 없습니다
잊으라 말하는 건 오히려 기억을 깨워주는 것이어서
조용히 바라만 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출처 : 내 사랑에는 내가 없습니다 /詩 오영해/시낭송-설연화
글쓴이 : 설연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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