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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 연인산(戀人山;1,068m) 산행기


  연인산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북쪽 10여k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가평군 하면 상판리와 하판리, 그리고 북면 백둔리에 걸쳐 있다. 

  연인산은 그 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이르러 각광을 받기 시작한 산이다. 원래는 변변한 이름조차 없어서 그냥 봉우리 높이를 따서 1,068m봉이라 하기도 하고, 북서쪽 산자락에 우목골이란 마을이 있어서 그 마을 이름을 따라 우목봉이라 하기도 했으며, 옛 문헌에 따라 월출산이라 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을 가평군에서 1999년에 산 이름을 공모한 결과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란 뜻에서 연인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허긴 연인산은 아재비고개를 사이에 두고 명지산과 마주보고 있어서 마치 명지산의 연인과 같은 위치에 있으며, 산세 또한 부드러워 앳된 여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허지만 ‘연인산’, ‘우정능선’, ‘연인능선’, ‘소망능선’ 이라고 새로 지은 이름들이 너무 야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건 그렇고 연인산이 산줄기로는 한북정맥의 가지인 명지지맥에서 갈라져나온 연인지맥에 속한다. 즉 한북정맥이 백운산(904m), 국망봉(1,168m), 강씨봉(830.2m) 등을 지나서 귀목삼거리(890m)에 이르러 원 줄기는 청계산(849m) 쪽으로 뻗어가고, 가지 하나가 남쪽으로 갈라진다.

                                       명지산

 

  그 가지가 명지지맥으로서 귀목봉(1,036m) 다음에 명지 3봉(1,199m)에 이르러 다시 갈라져서 왼편 줄기는 명지 2봉(1,250.2m)을 지나 명지산(1,267m)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오른편 줄기는 아재비고개를 지나 연인산으로 이어진 후, 매봉(929m)과 대금산(704m) 쪽으로 달려가는데, 이 산줄기를 연인지맥이라 한다. 

  연인산의 산행 들머리는 크게 두 곳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연인산 서쪽 가평군 하면 마일리 쪽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반대편 동쪽 가평군 북면 백둔리 쪽이다. 그러나 처음 가는 사람은 대부분 백둔리 쪽으로 간다.

 

  백둔리로 가려면 가평에서 75번국도로 북상하여 8km 정도 가면 목동삼거리에 이른다. 거기서 오른편 341번 도로는 화악산 쪽으로 이어지고, 연인산으로 가려면 거기서 왼편 75번국도를 계속 따라 가야 한다. 그리하여 5~6km 정도 서북진하면 왼편 명지천을 건너는 다리(백둔교)를 만난다.

 

  거기서 좌회전하여 백둔교를 건너 서쪽으로 4km 정도 들어가면 백둔리에 이른다. 잣이 많이 생산되어 마을 이름을 백둔리(栢屯里)라 하는데, 그 백둔리 가운데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아재비고개 쪽으로 가고, 연인산으로 가려면 거기서 좌회전하여 다리 건너 폐교된 백둔초등학교 앞을 지나 1km 정도 올라가면 조그마한 주차장이 있으며, 산행기점이 되는 깊은돌 삼거리에 닿는다.  

 

  거기 커다란 등산로안내판 앞에서 개울로 내려가는 길은 장수고개로 가는 길이고, 안내판 앞을 지나 올라가는 길은 소망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여기서 왼편 개울로 내려가는 길로 해서 장수고개 쪽으로 올라가서 연인산 정상에 갔다가 내려올 때는 소망능선을 따라 하산하여 원점회귀 하는 것이 정석이다.

 

  아무 예비지식 없이 가면 거꾸로 소망능선 쪽으로 올라가서 장수고개 쪽으로 내려오기 쉽다. 처음 가는 사람이 깊은돌 삼거리 등산로안내판 앞에 서서 주변 지형을 살피면 소망능선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잘 정돈되어 있어서 발길이 그쪽으로 향하기 쉽다.

 

  그런데 소망능선 쪽은 낙엽송 숲이 아니면 잣나무 숲 속의 가파른 길이고, 전망이 전혀 없으며, 그 흔한 철쭉조차도 없어서 아주 지루하다. 따라서 산행에 큰 의욕이 없는 사람은 중도 포기하기 쉽다. 그러나 장수고개 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변화도 있고, 전망도 트여 있어서 지루한 줄 모르고 갈 수 있어서 일단 오름길은 장수고개 쪽 길을 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깊은돌 삼거리 주차장에서 왼편 개울 쪽으로 내려가서 다리를 건넌 후 산림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한적한 산판길이어서 연인들끼리 정담을 나누며 걷기에 좋다. 그리하여 산행기점에서 장수고개까지 1.8km, 구불구불한 산림도로를 따라 40여분 올라가면 장수고개(535m)에 닿는다. 

 

  연인산은 곳곳에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서 길을 잘못 들 염려는 없다. 장수고개 이정표엔 ‘연인산 3.9km, 백둔리산촌마을 2.6km, 마일리국수당 10.0km’라 적혀 있다.

 

  산판길은 계속 서쪽 우정고개 쪽으로 이어져 가고, 연인산으로 가려면 장수고개부터는 산판길을 벗어나서 오른편 위의 능선(장수능선) 길로 들어서야 하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연인산은 전형적인 육산이어서 등산로가 부드러운 흙길이고, 장수능선 쪽은 경사가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으며, 오르막 내리막이 적당히 반복돼 지루하지도 않다.

 

  그리하여 20여분 올라가면 등산로 양쪽으로 철쭉과 진달래가 엉켜서 터널을 이루고 있다. 4월 초순엔 진달래, 5월 초순엔 철쭉, 이렇게 연달아 피는가 하면, 4월에서 5월에 걸쳐 야생화가 만개하여 아름다운 꽃 잔치가 계속된다.  

 

  그런데 소백산은 지대가 높고 바람이 심해서 그런지 진달래는 없고 철쭉만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비하여, 연인산엔 진달래와 철쭉이 섞여 있고, 키가 크다. 진달래나 철쭉의 키가 2m 넘을 정도이니 꽃의 터널 속으로 걸어가면 마치 결혼식장의 신혼부부가 행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길을 장수고개에서 30여분 올라가면 삼각점이 있는 705m봉에 닿고, 거기서 다시 50여분 올라가면 장수봉(879m)에 이르며, 장수봉에서 정상까지 30여분 걸리므로 산행기점에서 정상까지 5.7km,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장수봉에서 15분 정도 올라간 지점의 왼편 경사면에 장수샘이 있다. 해발 900m의 높이에 있는 샘으로 수량도 많고 물맛도 좋은 청정 생수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샘이 정상의 남쪽 사면 아홉 마지기 분지 한가운데에도 있어서 그 샘을 연인샘이라 하는데, 역시 수량도 많고 물맛이 좋다.

  연인산 정상은 사방이 트여 있고, 잘 다듬은 정상석과 연인산 정상을 기점으로 전국 주요도시까지의 이정표를 새긴 바위도 있어서 색다른 풍경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정상의 북쪽으로 연인산의 모산인 명지산이 아재비고개를 사이에 두고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그 옆에 귀목봉(1,036m)이 보이며, 그 뒤쪽으로 화악산(1,468.3m)이 선명하다. 동쪽으로는 춘천의 대룡산(899m)이 보이고, 그 아래로 춘천 시가지 일부가 보이며, 이어서 그 옆으로 가평 시가지 일부도 보인다. 서쪽에는 운악산(936m)의 하얀 화강암 슬래브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상의 이정표엔 ‘백둔리(장수능선) 5.7km, 마일리 국수당(우정능선) 5.9km, 마일리 국수당(연인능선) 5.0km’라 적혀 있다.  

 

  정상의 남쪽 아홉 마지기 분지(샘분지)는 노랑제비꽃과 양지꽃이 노랗게 온 산천을 덮고 있어서 마치 제주도의 유채꽃밭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그 노란 꽃들 사이에 보라색 얼레지가 수줍은 듯 드문드문 피어 있어서 정취를 더해 준다. 그래서 가평군에서는 매년 5월 중순 철쭉이 한창일 때 천상의 화원을 연출하는 야생화와 더불어 들꽃잔치를 개최한다. 철쭉이야 아무 데 가서도 볼 수 있지만 연인산 정상부의 야생화야말로 황홀하다.

  그런데 최근에 가평군에서 아홉 마지기 일대에 대대적으로 철쭉나무를 이식하느라 노랑제비꽃과 양지꽃 군락지를 마구 파헤쳐 쑥대밭을 만들어버렸다. 이 게 다시 원상태로 복원되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그렇게 하여 옮겨 놓은 철쭉나무가 모두 죽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남부지방의 농장에서 재배한 철쭉이 고산지대의 한랭한 기후에 견디어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노랑제비꽃, 양지꽃 등의 야생화는 야생화대로 못쓰게 만들어놓고, 막대한 예산을 들인 철쭉은 다 죽어버리고, 그래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 오늘날 무책임한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실정이다.

 

  원래 이 아홉 마지기 분지는 옛날 화전민이 살던 곳이었고, 그런 시절에 생겨난 애틋한 전설이 전하고 있다. 연인산 동쪽 사면에서 숯을 구워 팔던 총각과 남의 집 종살이를 하던 처녀가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너무 가난해 처녀의 몸값을 치룰 수 없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애만 태우던 두 남녀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차례로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죽은 두 남녀의 영혼이 되살아난 것인지 그 후 아홉 마지기 분지 일대에는 철쭉과 야생화가 만발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한이 연인산을 찾는 연인들로 하여금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이런 전설을 생각하며 양지바른 남향의 경사면의 야생화 가운데에 앉아 있으면 마치 별천지에 와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를 졸시 「연인산」에 담아보았다.


깊은돌 계곡 거슬러 올라

꽃들의 잔치에 간다


장수능선엔 철쭉이 흐드러지고

아홉 마지기 산허리엔

제비꽃, 양지꽃이 고운데


우리는 손을 잡고도

새삼 사랑을 확인해야 하는가


노랑 제비꽃처럼

노랑 양지꽃처럼

우리들 마음에 따뜻한 볕이 들면

가슴도 더워지겠지


기대하고 망설이고

서로 눈치만 보면서

손만 잡고 있다


연인산

사람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산이라는데

우리들 사랑은 어디쯤에 있는 걸까


소망능선 내려오며

시들어가는 얼레지처럼

고개를 떨군다


  하산은 차편만 허락한다면 장수능선으로 올라가서 우정능선이나 연인능선으로 해서 마일리 국수당으로 내려가는 횡단산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깊은돌 삼거리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려면 정상에서 20여분 올라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서 안내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소망능선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이 길은 앞서도 말했지만 위험한 곳은 없으나 볼거리가 없어서 상당히 지루하고, 아주 가파른 길이어서 천천히 내려가야 하므로 하산하는데 1시간 조금 더 걸린다.


※마일리 국수당 쪽 들머리

 

  서울을 기점으로 마일리 쪽으로 가려면 46번 국도로 춘천 쪽으로 가다가 청평의 조종내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37번 국도로 16km 정도 북상하면 가평군 하면 소재지인 현리에 닿는다. 그리고 서울에서 퇴계원을 거쳐 47번 국도로 접근하려고 하면, 서파검문소가 있는 4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현리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현리에서 동-북쪽 산협으로 들어가는 길이 두 가닥이 있어서 자칫 혼돈하는 수가 있다. 즉 하나는 현리 시가지를 북쪽으로 벗어나는 지점(현리 윗삼거리, 수도기계화사단 들어가는 길)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362번 도로가 있다. 이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운악산(937.5m)과 우목마을 쪽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인 연인산 마일리 들머리로 들어가는 길은 청평에서 접근할 경우 현리 초입의 아랫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현리 시가 중심지로 들어가면 터미널 부근에서 마일리로 들어가는 7번 군도가 갈라지는데, 그쪽으로 우회전해서 들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북동쪽으로 7km 정도 들어가면 마일리 시내버스 종점에 이르면서 길이 갈라진다. 그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는 길은 인가가 몇 채 없는 동막동 쪽으로 이어지며, 도로가 산 중턱 1km 정도 들어가서 끝이 난다.

  따라서 연인산 들머리인 국수당으로 가려면 갈림길에서 북쪽으로 갈라지는 좁은 아스팔트포장도로로 진입해야 한다. 도로 초입엔 ‘연인산도립공원 마일지구 1.6km’라 적힌 안내판이 있다. 그 길로 0.6km 정도 들어가면 국수당마을(현지에서는 국수뎅이라 함) 입구 주차장에 닿는다.

 

  마을 이름도 색다른 국수당은 10여 호 되는 작은 마을인데, 주변에 논이라고는 전혀 없고, 밭이라고 해도 경운기조차 다닐 수 없는, 순전히 사람 손에 의해 농사를 지어야 하는 비탈 밭이 조금 있을 정도의 산간 오지이다. 이런 곳에 마을이 형성됐다는 것도 이상하고, 뭣을 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국수당의 작은 주차장에 커다란 연인산등산안내판이 서 있고, ‘연인산도립공원 마일지구 1km’라고 적힌 팻말이 있다. 그리고 그 몇 발자국 위의 이정표엔 ‘연인산(우정능선) 5.9km, 연인산(연인능선) 5.0km, 현리 7.8km’라 적혀 있다.  

  거기서 꽤 널따란 길로 1km, 15분 정도 올라가면 ‘이곳부터 연인산도립공원 구역입니다’라는 간판이 서 있고, 이후 오솔길로 변한다.

 

  그리고 개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하면 대체로 개울 왼편으로 진행하면서 더러 개울을 넘나들기도 하는데, 20여분 올라가면 홍수 때 사태로 인하여 길이 없어져서 너덜로 변해버린 개울 가운데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런 곳을 15분 정도 올라가면 우정고개에 닿는다. 산행기점에서 1.6km, 1시간 정도 걸린다.

 

  우정고개는 임도 세 가닥, 등산로 세 가닥이 모이고 갈라지는 6거리의 넓은 공터이다. 임도 세 가닥 중 북쪽 가닥은 연인능선과 장수고개 쪽으로 이어지고, 가운데 가닥은 용추휴게소 쪽으로 이어지며, 동쪽으로 뻗은 한 가닥은 매봉 산자락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등산로 세 가닥 중 서북쪽 방화선 가운데 길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 우정능선 길이고, 동남쪽 능선 길이 매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나머지 한 가닥이 방금 올라온 국수당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우정고개 이정표엔 ‘연인산(우정능선) 4.3km, 연인산(연인능선) 3.4km, 매봉 2.2km, 마일리 국수당 1.6km, 용추휴양소 10.2km’라 적혀 있다. 우정고개에서 우정능선 쪽으로 올라간다면 2시간, 연인능선 쪽으로 올라간다면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우정능선 쪽은 철쭉은 많지 않고 잣나무 숲이 짙다. 이 잣나무 숲은 100여 년 된 고목들이어서 향긋한 잣나무 향이 그윽하여 싱그러운 맛이 있다. 그리고 등산로는 연인능선보다 우정능선이 조금 더 길기는 하나(0.9km) 산행하는 맛은 더 좋아서 대개 우정능선 쪽으로 올라간다.    

 

  우정능선은 우정고개에서 정상까지 폭 20여m의 방화선을 구축하느라 벌목을 해 놓아서 초원을 걷는 재미가 있다. 그리하여 원점회귀 산행을 하려면 우정능선 쪽으로 올라가서 연인능선 쪽으로 하산하는 게 정석인데, 그렇게 할 경우 6시간 정도 걸린다.


글쓴이 - 둘 산악회   아미산(이덕호)

*스크랲 해 가시는 분은 출처를 분명히 밝히며 이용해 주세요.

  아니면 저적권법에 저촉됩니다. 감사 합니다.

 

    

출처 : amisan511
글쓴이 : 아미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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