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zan13
2006. 3. 22. 20:36
2006. 3. 22. 20:36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설원 산행(05/3/6. 청평 깃대봉)
지난 화요일(3/2) 새벽부터 서울 경기 일원에 폭설이 내리더니
금,토요일에는 강원, 경상지역까지 대폭설로 그 위세가 대단하다
일요산행이 불가능할 지 걱정 되었으나, 다행이 경기지역은 맑다
오히려 일요일에는 날씨가 포근하다고 하여 천만 다행이다
일요일(3/5)아침 청량리역에 도착인원은 모두 11명이다.
예상보다 산행 동참 인원이 많아 기쁨반 걱정반이다
깃대봉과 은두봉은 처음산행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설원에서의 환상적이고 성공적인 산행을 기대하며 열차에 오른다
열차 안에서 졸다 웅성거려 눈을 떠 보니 주변 경관은 정말 환상적이다
포근한 날씨인데도 철길 양쪽으로 펼쳐진 산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철로 위에도 눈이 소복히 쌓여 맑게 내리쬐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11시경 청평역에 내리는 등산복차림의 승객은 우리팀이 대부분이다
역을 나와 간단한 산행준비를 마친 후 초입인 팔각정까지 걷기로 했다
몇 번을 묻고 물어 15분여를 지나 팔각정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입구에서부터 쌓인 눈으로 인해 등산로인지 분간이 어렵다
입구 매점 점원에게 물어보니 등산로 초입이 맞다고 한다
초입은 비포장 도로였으나, 쌓인 눈 위에 인적이 지난 발자욱은 없다.
눈이 쌓였는데도 날씨는 봄과 같고,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난다
청명한 날씨에 뽀드득 거리는 눈을 밟으며 산행을 하니 마음이 들뜬다
일행은 10여분 오르자 땀이나서 하나씩 겉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한다.
등산로 주변의 능선에는 곧게 자란 낙엽송이 빽빽하게 하늘을 찌르고 서 있다
양지 쪽 산비탈의 눈이 녹아 수북히 쌓인 낙엽들은 포근한 이불처럼 보인다
음지에는 그늘이 드리워진 채 쌓인 눈이 아직도 한 겨울 설원을 이룬다
주변의 경관이 봄과 겨울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어 묘한 감정이 인다
삼돌님이 선두에서 눈을 헤치며 길을 찾아 만들어 간다
쌓인 눈을 밟으며 그 뒤를 따라 일렬로 이어지는 행렬은 참 보기 좋다
눈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주변의 경관에 감탄사가 그칠 줄을 모른다
배 고프다는 쌍칼님의 하소연에 화전민터에 쉬면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눈 쌓인 등산로 옆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곡에는 눈이 녹아 흐르고 있다.
봄 햇살에 못이겨 쌓인 눈이 녹아 흐르면서 작은 시내를 이루어 흐른다
흐르는 물은 바닥을 훤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계곡주변에 자리고 있는 작은 관목 줄기에는 서서히 물기가 오르고 있다.
아! 여기까진 참 좋았는데......
앞서 간 삼돌님과 왕눈이님이 길이 보이지 않아 멈칫하신다
왕눈이님, 쌍칼님과, 나는 좌우로 펼쳐진 계곡과 능선을 오르내리면서
영감과 경험을 살려 예측지점을 찾아다녔지만 등산로가 보이질 않는다
모두들 등산에 일가견이 있는 산우님들인지라 탈출로를 금방 찾아낸다
깃대봉에서 은두봉 사이의 능선을 찾아 오르기로 금방 의견이 일치된다
능선으로 오르는 낙엽 쌓인 급경사 산비탈을 각각 오르기 시작한다
수북한 낙엽 아래에는 땅이 꽁꽁 얼어 미끄러워 오기가 무척 힘이 든다
양지쪽에 수북히 쌓인 낙엽은 햇빛을 받아 바삭거리는데
한발씩 디디며 오르려 하면 그 아래 숨어있는 얼음 때문에 미끌려 버린다
암벽만 보면 먼저 오르내리던 쌍칼님도 얼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낙엽 쌓인 비탈을 오르려다 제자리 걸음만 하는 모습에 폭소연발이다
급경사 비탈을 길도 없이 이리저리 미끌리며 30여분 오르다 보니
깃대봉과 은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까지 오르는데 성공했다
힘겹게 오르는 동안 불평없이 침착하게 오르는 산우님들 정말 자랑스럽다
능선에 올라보니 능선부터 너머 산비탈에는 쌓인 눈으로 하얗다
지도상의 깃대봉을 향해 북으로 10여분 역산행으로 봉우리에 도착하였다
봉우리 넓은터에는 먼저 온 몇 분의 산행객이 서성이며 서 있다
아뿔사 푯말을 보니 깃대봉은 다시 남으로 1.3km 가라고 되어 있다
막걸리 두병과 안주를 꺼내 한두잔씩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남으로...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30여분 지나자 진짜로 깃대봉이다
깃대봉 화강암 표지석이 귀퉁이에 서 있고, 풍향 표시대가 서 있다
너머로 뿌옇게 보이는 산은 청계산인지 운악산인지 분간이 안된다
남서쪽 건너편으로는 축령산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동으로는 뾰루봉, 화야산 고동산까지 눈덮힌 채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다
정상 바닥이 질퍽거려 따뜻하고 아늑한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대장님과 나는 식사처를 물색하기 위해 은두봉으로 먼저 출발했다
깃대봉에서 은두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심한 급경사 하향길로 미끄럽다
또한 양지쪽이라 녹아내리는 눈에 질펀한 흙길까지 이루어 더욱 미끄럽다
2시가 넘어서야 양지쪽 아늑한 쉼터를 찾아 자리를 깔고 점심 뚝딱
귀경 열차시간은 정해져 있고 갈 길은 아직도 먼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점심을 먹고난 후 능선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포만감에 더욱 힘이 든다
수북히 쌓인 눈 위로 최근에 난 발자국은 한 두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음지로 이어지는 능선길에는 유난히도 눈이 많이 쌓여 진행이 힘들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은 미끄럽기 그지없어 능선을 기다시피하여 오른다
힘들면서도 오히려 즐거워하는 산우님들이야말로 정말 산꾼들이시다
은두봉이 보이는 봉우리를 오를때는 경사마져 심해서 더욱 힘이 들었다
은두봉이 바라 보이는 능선에 도착하니 좌측으로 하산로가 보인다
직진하여 은두봉 방향으로 가다보면 예정된 하산로라는 의견과
좌측 하산로로 내려가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시간에 쫓겨 하산기로 결정
좌측 하산로를 따라 내려갈수록 잘못 내려온 것이 분명해진다
아! 지금의 하산로는 할얼산기도원으로 향하는 하산로가 아닌가
한얼산기도원으로 하산하면 대성리까지 버스편으로 이동해야 한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하산로는 눈 쌓인 내리막이 심히 미끄럽다
뒷굼치로 바닥을 차며 뛰다시피 하산하다 보니 허벅지가 뻐근해진다.
산에서 내려와 꾸불꾸불 이어지는 비포장도로의 하산로가 너무 길다
대장과 나는 중간 능선을 따라 가로질러 하산을 시도했다
급경사 눈길 비탈길을 내려가자니 미끄럽기 그지없다
일행들 우물쭈물 하더니 이내 가로지른 능선읋 따라 하산한다
능선에는 잘 정돈된 몇 기의 무덤들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다
주변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노랗게 새순을 내밀며 봄을 알린다
줄기에도 이미 촉촉히 물이 올라 있는 것을 보니 봄이 완연하다
산천은 아직도 설원에 갖혀 있는데 계절의 변화는 어쩔수 없나 보다
5시가 조금 넘어 포장도로까지 하산하고 나서야 안심이 된다
11:30분경 시작하여 5시경까지 6시간여의 무사히 설원 산행을 마쳤다
길 잃은 힘든 산행과 시간에 쫓긴 강행군에도 불평없는 산우님들
저의 준비부족은 탓하지 않고 오히려 즐산하였다고 뿌듯해 하시는
우리 이글 산우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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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글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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