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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거금기... 


2004. 5. 8. 토요일. (흐림)

자근산 조은산 무명초 태백이

우전마을-황석산-거망산-은신치-수망령-금원산-기백산-늘밭고개-상비재-내동마을

12시간40분 / 도상 약27km

 

 

황석산(黃石 1,190m), 거망산(擧網 1,245m), 금원산(金猿 1,352.5m), 기백산(箕白 1,331m)

 

 

백두대간 남덕유산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는 남령, 월봉산을 거쳐 큰목재에서 다시 가지를 나누는데 그 한줄기는 거망 황석을 만들고는 남강의 원류를 타넘지 못한채 그 맥을 다하고, 다른 한줄기는 금원 기백을 솟아 올리고 바래기재(300m)로 몸을 낮추지만 사그러질 듯 이어지는 맥은 합천의 황매산, 의령의 자굴산을 넘어 남강으로 들어가는 ‘진양기맥’을 만들었다. 거망, 황석산은 북으로 남덕유산, 서쪽 건너편으로는 백운산(1,278) 괘관산(1,251)과 어울려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고 건너편 금원, 기백 능선과의 사이에 빚어낸 용추계곡은 깊은 골과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황석산성에는 정유재란때 왜병들과 싸우다가 장렬히 산화한 안의면 부녀자들이 몸을 던져 붉게 물들었다는 피바위 전설을, 거망산에는 6.25때 여자 빨치산대장 정순덕이 용맹을 떨치던 곳이라고 전한다. (한국의 산하 등에서 따옴)


황석산은 송곳처럼 솟은 두개의 암봉(남봉, 북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거망산은 정상석이 자리한곳 보다 남쪽으로 용추사 갈림길 안부 건너편의 암봉이 6-70m 더 높은데도 이를 무시하고 정상석을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는 지형도상에도 뚜렷이 알 수 있고 현지에 가본 결과 또한 그렇다.


 

(시간일정)

04:50 우전마을 출발

06:20 황석산

08:40 거망산

09:48 은신치

10:50 큰목재

11:13 수망령

12:20 금원산

14:48 기백산

16:26 상비재

17:30 내동마을

 


남령에서 황석까지는 늘 마음 한켠에 남아있던 코스였는데 최근 대구산사의 ‘가팔환초’, ‘삼성비앞’에 은근히 샘이난 터에 아예 황석에서 기백까지 그어보자는 욕심이 슬슬 도지면서 정보사냥을 시작했다. 세상조은 인터넷 덕으로 포항 최중교님의 산행기와 대구 김규수님의 산행기를 쉽게 찾아내고서야 해 볼만하다는 결론을 낸다. 


부산사 회원님들의 활동이 예전 같지도 않고 자근산님의 무릎, 태백이의 공백 등등을 생각하다 혼자 가는걸로 결론을 내고 게시판 일정에도 올리지 않고 ‘오데가모 간다 카고나 간다...’ 글을 올렸는데 자근행님의 벼락같은 소집명령으로 4명의 팀이 구성이 된다. 뽀너스로 무명초님 아들래미의 들날머리 차량지원까지 받게된다.


 

함양 본토배기 무명초님의 본가.

따신방에 따신밥까지 추가되니 콘디션은 최상이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방정맞은 예보가 쪼매 거슬릴 뿐이다.


04:00 핸드폰 알람에 맞춰 기상과 동시에 밥을 퍼담고, 서하→안의간 26번 국도변 새들모텔앞에서 좌회전 하면 봉전리다. 어둠속에 언뜻 보이는 간판에 ‘새들촌’이라는 이름의 연유에 대해 나름대로 한마디씩 한다. 마을길 따라 계속 오르면 우전마을이다. 차가 더 이상 오를 수 없어 멈춘 지점 고도가 500이 넘는다.


04:50 우전마을 출발

우전마을 상수원보호구역 야영취사금지 입간판이 서 있는 골짜기다. 차를 돌려보내고 해드랜튼을 머리에 건다. 산 능선의 공제선은 벌써부터 어둠과 밝음의 경계를 구분짓고 있다. 임도는 계속 위로 향하나 이정표가 가리키는 들머리는 오른쪽 숲속으로 향한다.


05:10 [식수준비하는곳] [황석산정상 1.9 하산길 3.8km] 양쪽 거리를 보태면 우전마을에서 황석정상까지 5.7km라는 얘기다. 피바위에 관한 안내판이 있는데 어둠속에서 물소리를 듣고서야 폭포가 있음을 알았다. 70도 정도 비스듬히 거대한 두세단으로 보이는 바위슬랩 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와폭이다. 쏴아 하는 소리에 문득 써늘한 기운을 느낀다.  폭포 앞으로 물을 건너 건너편 급경사길로 붙어 10분가량을 오르니 지능선에 올라선다. 주위가 훤해 후레쉬를 접어 넣는다.

다시 10여분 비탈이 계속되더니 갈림길이 나온다 [구하산길3.5 신하산길4.3 황석정상1.4km] 나무벤치 2개가 놓여있다.


고도 800이 넘으니 산죽밭이 나타난다. 우측으로 산성축대가 이어지고 왼쪽 [샘터 30m] 팻말이 있다. 샘터를 지나서도 두세군데 물길을 만난다. 성안으로 들어선 셈이다. 고도 900인데 경사도 완만하고 물길도 있으니 성을 이루고 진지구축이 가능한 모양이다. 문득 오른쪽 숲속에서 짐승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덫에 걸려 지르는 비명으로 여겨지나 갈 길도 바쁘고 저 숲속 어딘지 알 수도 없어 갈길을 제촉한다.

황석 정상 직전에 [거망산 갈림길] 이정표가 있다. 정상을 거치지 않고 질러가는 길이다.


06:08 주능선 성벽위에 올라섰다. 황석산성은 ‘包谷式山城’으로 전체 길이가 2,750m 신라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안내문이 있다. 이정표는 오른쪽으로 [유동 하산길]을 가리킨다. 유동은 우리가 출발한 우전마을에서 산넘어 반대쪽에 있는 마을이다. 정상은 좌측 봉이고 우측에도 뽀족한 암봉이 있다. 황석산은 남봉과 북봉으로 불리는 두개의 암봉이 있고 북봉이 정상이다.


 

06:20 황석산 (1,190m)

 

정상직전에 우회길이 있으나 어찌 여기를 생략할 수 있겠나. 슬랩과 울퉁불퉁 튀어나온 바위틈으로  로프를 잡고 겨우겨우 올라서니 편히 앉을만한 자리도 없이 뾰족한 바위틈에 쪼깬한 정상석을 세워놓았다. 삼각점이 있었던듯한 받침대만 있고 삼각점은 달아나고 없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대로 조망은 칙칙하다.  기백산쪽은 전혀 알아볼 수도 없고 뒤쪽 괘관산과 오른쪽 짤룩한 고개가 대방령(빼빼고개)임을 알 수 있고 백운산쪽 역시 구름속에 윤곽을 찾기 힘든다.


정상찍고 내려서는 길도 만만찮다.

로프도 일부는 잘려나가 바위를 안은채 미끄러져 내려서야 하고, 저 아래로 안전한 우회길이 보이긴 하지만 우째 맨날 싱거운 물만 마실 수 있나. 때에 따라서는 양주도 한잔씩 해야지. 다들 우회길로 내려설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굳이 안전을 우선한다면 정상에서 바로 넘지말고 올라왔던 곳으로 내려서면 돌아가는 길이 있다.


암릉을 다 내려선 안부. 산성 축대위에 자리잡아 아침상을 편다. ‘묵은 만큼 가는기라...’ 하면서 속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06:35-06:55)

식사를 마치고 올라서는 비탈에 부부합장묘가 한기 있다 (학생경주이공 +유인달성서씨) 사이좋게 부부지간에 누웠는데 관리가 부실하다. 관리도 못할 어버이를 명당만 고집하다 이리 높은곳에 모셨나.

“산꼭대기 좌청룡 우백호 보다는, 가차븐 좌뻐스 우택시가 명당일지니...”

 

 

 

 

 

 

 

 

 

 

 

 


뚜껑까지 덮힌 석문을 지나니 서쪽으로 머리를 불쑥 내민 거북바위가 나온다. 영판 거북처럼 생겼는데 새로 설치한 조망판에는 북덕유, 가야산까지 표기되어 있다만 눈에 뵈는건 없다. 다음 봉우리에는 좌측으로 ‘우회하시오’ 팻말이 걸렸다. 시키는대로 우회하면서 쳐다보니 보통절벽이  아니다. 말 안듣고 똑바로 올라갔다가는 곡소리 나겠다. 다 돌아 나오니 반대편에도 우회하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팻말 뒤쪽 능선으로도 희미하게 길이 나있는걸 보니 말 안듣고 바로 넘어간 사람도 있는듯하다.

 

이 봉우리를 우회한 다음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잠시 봉곳이 솟더니 희미한 헬기장 흔적이 있다. 길은 좋아 룰루랄라 휘파람이 나오는데 그것도 잠시, 숨은 복병 거미줄이 괴롭히기 시작한다. 하늘을 뒤덮은 구름으로 볕은 나오지 않지만 거미줄 때문에 씰데없이 고글을 착용한다.


07:05 갈림길 [탁현입구4.8 황석정상 1.3km]

바위 봉우리를 좌측으로 크게 우회하니 그리 광활하지는 않은 억새밭이 나온다. 건너편 기백산 너머에서 비치는 희미한 햇살로 기백산은 역광이져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인다. 등산로는 뚜렷하다. 길따라 쳐 놓았던 빨간 비닐테프가 군데군데 끊어져 바람에 너덜거린다


×1154봉에서 뒤돌아본 황석과 앞에 보이는 거망이 얼추 비슷한걸 보니 절반은 왔나보다. 오늘 우리가 잇는 구간은 우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의면이고 좌측은 서하-서상(함양)-북상-위천-마리면(거창)으로 5개면 경계를 밟게된다. 안의면 경계를 5개면이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07:37 갈림길[장자벌(우) 거망1.9 황석2.9km]을 지나 봉우리 올라서니 손목고도가 1215 나온다.

잡풀이 무성한 민둥 봉우리를 오르며 이게 거망인가 했지만 아직은 아니다. 큰 물결을 타듯이 완만히 내렸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능선길에 앞뒤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묘터 같은 흔적이 있는 봉우리에서는 1250이 나온다.


산죽밭을 따른 오름길 봉우리 직전에 길이 갈라진다. 능선로와 우회로를 가리키는 팻말이 있다. 능선로를 따라 오르니 두세명 설 수 있는 바위봉우리다. 멋진 조망을 보여주는 이게 거망인가보다  했으나 아무런 표식도 없다. (손목고도 1,270)

 

고속도로 건너편에 구름끼어 희미한 가운데도 대간길이 드러난다. 백운산 능선으로부터 깃대봉, 육십령 그리고 할미봉에서 장수덕유로 오름이 이어지는 대간길이다. 서상 IC가 뚜렷이 보이면서 지난 대간길 민령에서 서상IC 매표소 아가씨가 보인다던 농담을 여기서도 한다. 

가까운 전방에 있는 봉우리는 다 낮아보여 여기가 거망이라야 되는거 아닌가 싶지만 우리끼리 떠들 뿐이다. 비좁은 봉우리를 내려서니 직전 우회로와 다시 만난다.


정면에 가로막고 있는 암봉을 길 나있는대로 왼쪽으로 우회를 하니 뒤에 숨어있던 봉우리 두개가 더 나오고 아래에서 올려다 뵈는 암릉은 도저히 접근이 불가한 공룡릉으로 보인다. 좌측 서상으로 내려뻗는 지능선은 연초록빛을 선명하게 뿜으며 장쾌하게 흘러내린다.


08:20 사거리 안부 [←거망샘30m →치장골3.1 ↑거망산 0.15km]

제법 넓은 억새밭이다.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용추폭포, 용추사가 있는 치장골이다. 물고픈 병사는 샘터로 물 뜨러가고 뒤가 무거븐 병사는 학문에 힘을 쓴다. 고프지도 무겁지도 않은 나는 지도공부나 해야지. 어버이날이라 그런지 연방 울어대는 자근행님 전화, 무명초님이 금새 물통을 들고 올라오는데 물은 충분하고 습지를 이루고 있더란다.


 

08:40 거망산 (1,184m)

 

황석산에서 4.8km에 2시간20분이 걸렸다. 자그맣고 예쁜 정상석이 기다리고 있다. 아까 바위로된 암봉이 더 높았는데 여기서 쳐다봐도 더 높아 보인다. 비좁아서 그랬나?

가장 높은곳. 정수리頂에 위上 이면 가장 높다는 말인데... 뭔가 잘못된 듯 하다.

거망샘에서 푹 쉬었으니 그냥 통과다. 등로는 훤하지만 산죽에 싸리나무. 게다가 등산로 정비작업을 한건지 나무치기를 해놨는데 제대로 치우지를 안해 제법 걸리적거린다. 깔끔한 뒤처리가 아쉽다. 배낭 옆구리에 찔러놓은 지도를 수시로 확인한다. 


날등을 타기도 하고 우회를 하기도 하며 이어지며 바닥에 H자 모양의 자그만 헬기장을 지난다. 장수덕유와 남덕유 모습이 뚜렷하고 어느새 기백은 뒤로 물러나고 금원이 3시 방향에 있다. 제법 넓은 헬기장을 하나 더 지나 숲길로, 억새밭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다소 지루한 감도 들지만  간간히 트이는 조망이 시름을 덜어준다.


09:48 은신치 [은신암2 수망령2.9km]

완만히 이어지다 급작스레 뚝 떨어진 안부. 이정표를 보고서야 은신치임을 아는데 바닥에 떨어진 코팅지를 주워보니 “현위치 은신치 / 구미에서 허만식” 이라 적혔다. 노끈을 찾아 이정표 기둥에다 묶었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그 정성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앞에 버티고 있는 비탈길을 부지런히 올라서니 다시 완만한 능선길로 수많은 봉우리가 이어진다. 아무 특징없는 능선상에 외롭게 서있는 이정표[수망령2.55 거망산 4.45]를 지나 동쪽으로 트인 지점 발아래로 은신암이 보인다. 꽤나 높고 깊은 곳에 위치한 암자다. 구름의 농도가 짙어진다.


10:28 월봉산 코앞에 있는 황석-거망 능선상 마지막 봉우리다. 월봉은 11시, 금원쪽은 1시방향이다. 갈림길은 금원쪽으로 더 아래에 있다. 지도를 들다보며 절반은 왔다는데 자근행님 “무신소리 하노, 시간을 따져야제” 절반이 멀었다, 아니다... 옥신각신 한다. 남령에서 월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 보는 월봉은 둥그스럼한 육산일 뿐이다. 20분을 쉬면서 물팍 보수작업하는 사람도 있다(무릎보호대, 맨소래담)


10:50 큰목재 [남령재(좌) 수망령1.5km]

잠시 아래로 떨어지고 월봉산 갈림길에 이른다. 월봉쪽도 꽤 떨어졌다가 솟구친다. 연분홍 산철쭉이 봉우리를 활짝 벌리고 속을 훤히 보여준다.

수망령쪽으로는 완만하게 좋은 길이 서서히 내려 앉는다. 여기서부터 진양기맥길로 들어서게 된다. 월봉산을 넘어온 맥이 금원 기백을 거쳐 남강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언제 다시 기맥길로 들어설 날이 있을려나 싶다.



 

 

 

 

 

 

 


 

11:15 수망령 (水望嶺 손목고도 930)

양쪽 절개지로는 깨끗한 나무계단을 설치해 놨고 고개마루는 비포장인데 짚차 한대가 서 있고 월봉산쪽으로 올라가는 차 꽁무니가 언뜻 보인다. 잔자갈이 깔린걸 보니 시멘트라도 깔 모양이다. 용추계곡 종주등산로 대형 안내판이 있다.  나무계단에 걸터앉아 떡 한 조각씩 보충을 하고 물고픈 명초님은 물통을 들고 좌우로 두리번거리지만 물을 찾지는 못한다.


금원산까지는 2.5km인데 고도는 400을 올려야 한다. 초입은 완만하고 지긋하게 올라간다. 손바닥 만한 크기에 사과를 그려놓고 ‘지리산 함양사과/금원산 등산로’ 군데군데 팻말을 달아놨다.

오늘의 최대고비인 만큼 전의를 새로이 가다듬고 무식하게 돌진한다. 한번의 멈춤도 없이 꾸역꾸역 40분을 오르니 [수망령 1.9 금원산0.6km] 팻말이 있고 비로소 뒤로 전망이 트인다. 수망령에서 올라온 능선길이 훤하다.  0.6이면 다왔나 싶었는데 머리위로 드러나는 봉우리는, 아니다 두개 더 있다 그래도 명색이 근동에서 최고봉인데 그리 시시하게 내줄 수 있나. 체면이 있지.


12:20 금원산 (1,352.5m)

 

수망령에서 논스톤으로 50분 걸렸다. 오메 장한 내다리야~. 양말을 벗어놓고 고달픈 발에 숨통을 틔워준다. 잠시 시차를 두고 태, 자, 무 순으로 할딱거리며 올라선다. 기백으로 장쾌하게 뻗는다. 거망산과 꼭같은 작은 정상석을 새로 놓았고 옛 정상석은 바위위에 삐딱하니 서있다.


오늘 코스 중 최고봉이다. 금원산 역시 두개의 봉으로 이어져 남쪽으로 건너편에 보이는 봉에는 이정표와 쌓아올린 돌탑이 보인다. 금원산의 이름은 옛날 이 산에 살고 있던 금빛 원숭이를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 잡아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점심을 먹고 한시간 정도 쉬었다 가려 했으나 날씨가 수상시럽다. 비 안맞으려면 부지런히 가야것다싶어 털고 일어선다 (12:30-13:15)

바로 건너편(5분) 봉우리에는 새로 설치한 깔끔한 이정표와 돌무더기가 있다. 기백으로 이어지는 봉우리가 하나, 둘...뚜렷이 보이는 것만... 일곱이다. 그래도  비교적 큰 굴곡은 없다. 

진행한 방향에서 곧바로 떨어지면 유한청폭포이고 기백은 우측으로 떨어진다. 유한청인지 유안청인지 곳에 따라 달리 써놨는데 어느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안부로 내렸다가 다시 오르면 헬기장이고 길은 이어지는데 지리산 주능같은 분위기가 든다. 룰루랄라 휫파람을 불만하면 여지없이 덮쳐드는 거미줄. 우째 사람하나 없노? 사람이 그리운게 아니라 언넘이든 먼저 지나간 넘이 있어야 거미줄 없을거 아니가. 오늘 종일 거미줄 청소나 하고 댕길라니 이것도 할 짓 아니다.


방향은 오전과 반대방향이 되고 그림도 뒤바뀌었다. 건너편에 있던 금원-기백이, 황석-거망으로 자리바꿈을 했다. 물론 산이 옯겨간게 아니라 내가 건너 온거지만.

내딛는 발걸음 수에 따라 기백이도 조금씩 다가온다. 이만큼 내가 애를 썻으면 인자 니가 좀 움질일때도 안됐나. 기백아 이리 좀 당겨 오너라~!!

 


 

 

 

 

 

 

 

 

 

 



13:43 임도. [수망령1.2 금원1.6 기백 2.4km]

수망령에서 올라온 임도다. 차가 올라올 형편은 못될 것 같고 공터 좌측으로는 더 이상 임도는 이어지지 않고 소로로 변한다. 건너편에 올라서니 안테나로 썼던 폐철탑이 있고 왼쪽으로 돌아간다. 써글놈의 거미줄은 줄기차게 괴롭힌다. 다시 오른쪽이 [시흥골]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많은 리본이 달려있는 갈림길을 지난다.  금원산2.5km 지점이다.

멀리서 보면 두개의 누룩덤(두번째가 진짜)이 보이는데 첫 번째 누룩덤 직전봉우리를 우측으로 우회하고 바위위로 올라선다. 첫 누룩덤은 옆에서 보면 흡사 고릴라의 얼굴 옆모습이다.


14:20 누룩덤(1)

바로 올라도 되고 우회해도 된다. 널찍하니 앉을 자리도 있고 용추계곡 최고의 조망대다. 뒤에 오는 일행들을 다 기다렸다가 물 한모금씩 마시고 넘어간다. 뒤쪽 내려오는 부분이 상당히 까다롭다. 제법 높은 바위벽에 발 디딜 나무 한그루. 수많은 사람들의 발을 떠 받춰 줬으리라.

 

20분 거리에 있는 두 번째 누룩덤은 몇발국 오르다가 꼬랑지 내리고 내려섰다. 수년전에는 겁 없이 올랐었는데 이젠 예전같지 않다. 대간졸업도 못했는데 몸조심해야지... 우회길 바위 사면에는 로프가 걸려있다.

 


 

 

 

 

 

 

 



14:48 기백산 (1,331m)

 

금원산 출발 1시간반이다.  이정표 표기는 금원에서 5.0km로 되어 있으나 4km가 맞겠다.  돌무더기 두개에 각각 정상을 표시하고 있다. 정상석과 철판으로 만든 표지판. 오늘의 끝봉이다. 서로의 손바닥을 맞춘다. 명초님의 배낭에서 병소주가 나온다. 강냉이 안주로 정상주 한잔씩 돌아간다. 기백산은 거창과 함양군의 경계를 이루며 일명 지우산 이라고도 불린단다.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만난다. 부부지간인 듯한 두 사람이 금원쪽으로 들어가다가 한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는 오던 길로 도로 내려선다. 사진을 부탁하고 모처럼 네명이 함께 섰다. 어디서 왔냐길래 황석이라 하니까 눈이 휘둥그래진다. 아마 속으로는 ‘짐승같은 넘들...’ 했으리라


왼쪽으로 뻗어나온 능선 끝에 서니 아래로 동으로 뻗은 조두산과 남동으로 치닫는 기맥길이 뚜렷이 갈라진다. 인정사정없이 쑥쑥 소리가 날 정도로 떨어진다. 길은 뚜렷하나 등산로로 뻗어나온 나뭇가지 세력이 대단하다.  조두산을 보니 心이 動한다. 황,거,금,기에다 ‘조’를 추가해버려...?

일단 갈림길까지 가서 판단하기로 하고 쉼없이 내려간다. 일단은 베이스캠프에 연락하기를 1시간 후 바래기재로 차를 대라고 무전을 날린다.


15:28 갈림길.

거대한 바위 두개가 서로 기대고 선 암봉이 가로막으며 양쪽으로 길이 갈라진다. 좌측이 조두산 가는길로 짐작이 되나 길이 영 희미하다. 반면 기맥길은 뚜렷하고. 일부러 고생할 필요는 없겠다 밝은길로 가자싶어 ‘+조’를 접는다. 주황색 ‘산의나라 이길입니다’ 리본이 달린쪽이다. 큰바위 암봉을 치고 오르니 이후부터 길이 희미하다. 길만 희미한게 아니다 잡목이 온통 아우성이다. 뒤에 오는 사람들의 옷이 걱정된다. 나야 기본 복장이 정맥용 셔츠와 바지지만 다른 이들의 옷은 쿨맥스티에다 자근행님은 새로 사 처음 입은 비싼 바지까지라 켔는데...  광인들이나 댕길길이지 나같이 온전한(^^) 사람들은 다닐길이 못된다.


15:50 첫 헬기장 (늘밭고개)

모두들 맥이 풀린 모습으로 헬기장 블록위에 퍼질러 앉았다. 워낙 안밟은 땅이라 흙이 떠있는 상태다. 폭신폭신 밟히는 감촉이 좋다.

헬기장을 출발하고부터 지도를 보고 이리저리 삼각점(△872.2)을 찾아 보지만 풀숲에 묻혔는지 눈에 띄질 않는다. 삼각점을 확인함으로써 지도상 현위치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상 좌로 90도 꺾이는 지점인데 우찌 이런 중요지점에는 리본이 하나도 없노? 우리꺼 하나 메단다. 나도 지치는데 다른사람이야 더하면 더했지 싶어 가능한 빠른길을 궁리한다. 상비재를 지나 바래기재 중간에 봉우리가 하나 더 있다. 지도를 보니 우측 상비마을 하산이 수월해 보인다. 바래기재에 기다리는 차에 무전을 보내 상비마을로 차를 옮겨 최대한 올라올 수 있는데 까지 와보라 한다.

 

 

 

 


16:15 두 번째 헬기장. 건너편에 눈에 잘 띄게 리본하나 달고 부지런히 넘어간다.


16:26 상비재. (세 번째 헬기장)

좌측으로는 경운기길이 있다. 마리면 고학리 고신마을이다. 우측으로 바짝붙은 희미한 길흔적을 따라 내려선다. 마을까지 30분 정도면 정확하게 12시간 걸리겠다. 그냥 내려서기만 하면 마을이려니 하며 길 흔적 찾기에 바빠 지도를 못챙긴다. 방위각을 정확히 봤더라면 남서쪽 계곡으로 내려섰을텐데 막연히 서쪽만 고집을 하다 결국 지능선하나 넘어선 내동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16:50 임도. 리본도 하나 달려있는걸 보니 여기로도 오른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울창한 원시림같은 숲속을 달리듯이 내려가다 막아놓은 바리케이드를 넘으니 ‘남덕유자연농원’ 대리석 기둥이 있고 출입금지 플랭카드도 있다.  시멘트길이다. 차를 암만 찾았지만 없을밖에...

30여분을 시멘트길따라 내려오니 마을이고 비로소 사람을 만나 물어보니 내동마을이란다.

 

17:30 내동마을

막판의 방심때문에 30분은 헛고생을 했다. 상비재에서 기다리는 차를 급히 부른다. 휴대폰 이거 참, 물건치고는 신통방통한 물건이다.

 


 

출처 : 조은산
글쓴이 : 조은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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