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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을 수 없는 눈 덥힌 복계산 설원산행 smile 산악회의 산행 일정 중에 05/2/22 화요산행 예정코스가 강원도 철원군 사내면에 있는 하오현에서 복주산, 촛대봉, 복계산을 지나 매월대 방향으로 하산하는 환상적인 겨울산행 설원코스로 하오현에서 촛대봉까지는 평소 가 보고 싶었던 한북정맥 제1구간 한북정맥 제1, 2구간 코스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당일산행은 어렵기에 산악회의 교통편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 같아 구미가 당긴다 그런데, 며칠전 겨우내 얼었던 대지 위에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봄의 전령사 꽃샘바람이 봄기운을 풍기면서 봄을 알려 오는가 싶었는데.. 어제부터는 갑자기 꽃샘바람이 추위를 동반한 매서운 동장군으로 돌변하여 전국에 매서운 꽃샘추위와 함께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더니 산행 당일 강원 영서에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비특보까지 내려 불안하다 하지만 눈 덮힌 겨울의 환상적인 산행 모습을 그리면서 산행을 신청한다 05/2/22(화) 새벽 5시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지붕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6시30경 하이웨이주유소 앞에서 미리와 기다리던 몇사람과 함께 버스에 탑승 버스는 몇 군데에서 산행객을 더 태우더니 성산대교와 내부순환도로를 지난다 밤 새 쌓인 눈으로 도로는 미끄러워 출근차량과 함께 섞여 많이 지체된다 서울을 벗어나 남양주를 통과하는 동안 눈이 많이 내려 속도를 내지 못한다 남양주를 지나 포천, 철원을 향해 북으로 갈수록 함박눈으로 변한다 멀리 뿌옇게 보이는 산들은 눈이 하얗게 쌓여있어 산행이 가능할지 걱정된다 포천을 지나 철원에 접어들자 도로에는 군인들이 열심히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눈이 워낙 많이 내리기에 산악대장은 오늘산행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시다 조심스럽게 오늘 예정코스대로 산행을 할 것인지 여부를 물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예정코스대로의 산행을 원하기에 산악대장은 애써 태연해 하신다 잠시 후 산악대장님은 안전산행을 당부하면서 부득이 산행코스 변경을 결정한다 변경된 코스로는 안타깝게도 한북정맥 제1구간은 밟아 볼 수도 없게 되었다 나에게는 코스 변경이 무척 실망스러웠으나, 기상 여건상 불기피해 보였다 계속되는 폭설속에, 전에 내린 눈들이 쌓여 있다면 예정코스 산행은 무리이리라 변경된 코스는 하산예정지점에서 매월산장-매월대-복계산-계곡-매월산장이다 매월대는 복계산 기슭 595m 산정에 깎아 세운 듯한 40m 높이의 층암절벽으로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을 비롯한 아홉 분의 현인들이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에 비분한 나머지 관직을 버리고 칩거하던 곳으로 김시습의 호를 때서 매월대라고 하나, 본래 임꺽정이 활동하던 곳이기 하단다 눈 길 사이로 버스는 기다시피하여 10:30경 강원 철원 사내면 매월동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내리던 함박눈은 등에 맨 배낭위로 금방 눈이 소복히 쌓인다 매월동에는 96년 SBS에서 드라마“임꺽정”을 촬영할 때 설치된 세트가 남아 있다 발목에 스패치를 단단히 메고 수북히 쌓인 능선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첫 능선에 오르기도 전에 눈길 산행을 힘들어 하는 산행객들이 늘기 시작한다 미끄러운 능선을 따라 쌓인 눈을 헤치면서 오르다 보니 두 세배 힘이 더 든 것 같다 할 수 없이 아이젠을 꺼내어 신발에 단단히 묶어 신고 오르니 한결 수월하다 아이젠을 신으니 미끄럽지는 않으나 쌓인 눈 위를 걷기 힘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복계산을 잘 아는 1진이 앞에서 능선길을 찾아 눈 위에 발자국을 내며 나아가고 나머지는 그 뒤를 따라 앞서 내고 간 발자국을 따라 능선으로 줄 지어 오른다 오르는 길은 급경사이고 눈까지 쌓여 더욱 미끄럽기에 더디게 진행된다 아이젠을 신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뒤로 쳐졌는데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1진을 따르기 위해 틈을 노려 얼른 추월하여 달리다시피 첫 능선에 오른다 눈길을 헤치며 오르는 모습들은 평소보다 더 힘들어 하고 느리다 첫 능선에 도착하자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눈 쌓인 능선길을 따라 오른다 군데군데 바람에 몰려 쌓여있는 눈들은 허벅지까지 빠진다 앞서 간 일행들은 보이지 않고, 뒤를 따라오던 일행들도 보이지 않는다 사방을 둘러보니 하얀 설원 위에 앙상한 나무들만 죽은 듯이 서 있고 생명체라고는 오직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자 고립무원처럼 여겨진다 계속되는 눈보라로 시야가 가려져 주변의 설경들을 조망할 수가 없어 아쉽다 쉼없이 불어오는 북풍 칼바람은 능선에 쌓인 눈들을 흩날려 눈안개를 피우고 피어오르는 눈안개는 앙상하게 서 있는 나뭇가지 마다에 하얀 눈 꽃을 피운다 하얗게 쌓인 눈 위로 고개를 내밀고 가냘프게 서 있는 관목 줄기들도 눈꽃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이 마치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의 모습과 같다 불어오는 바람에 쌓인 눈이 몰려 있는 곳은 깊이를 알 수가 없어 위험하다 혼자서 눈 길을 걸으면서 눈 꽃을 피우고 있는 풍경들을 하나씩 디카에 담는다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눈이 허리까지 빠지기도 한다 앞을 조망하며 어림잡아 계속 오르다 보니 앞서간 일행이 하나씩 보인다 동쪽으로 난 눈 쌓인 능선길을 혼자 걷다보니 세찬 바람에 볼과 귀가 시렵고 머리 위로 난 땀들은 하얗게 고드름이 되어 머리에 꽁꽁 얼어 버린다 유난히 차가워진 볼 위로 머리에 쌓인 눈과 꽁꽁 언 땀이 녹아서 흘러 내린다 순간 머리에서 난 열을 빼앗기게 되면 저체온증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할수 없이 챙겨간 목도리와 벙거지를 쓰니 느껴오는 감촉은 무척 포근하다 세차게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쌓인 눈더미들은 이리저리 흩날리는 바람에 앞서간 일행이 만들어 놓은 발자욱마져 지워 버려 분간하기가 어렵다 앞서가는 일행들을 하나씩 추월하여 걷다보니 먼저간 한무리의 일행과 만났다 바람에 몰린 눈더미를 지날 때는 눈이 허리까지 차올라 걷는데 꽤나 힘이 든다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나뭇가지에 피어있는 눈 꽃들은 너무도 아름답다 바람따라 생긴 눈 안개도 초여름 새벽 호수 위로 피어나는 물안개처럼 아름답다 눈 쌓인 능선에서나 맛 볼수 있는 분위기에 흠뻑 젖다 보니 혼자보기 아깝다 마지막 정상 오르막에는 온통 눈 밖에 보이지 않아 걷는 동안 어지러워진다 가끔 보이는 나무줄기들은 산을 오르며 붙잡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정상 바로 아래에 이르자 제1진이 내려오자 왁자지껄 인사를 나누며 지나친다 평상시 같으면 금방 거리를 좁힐 수 있는데 눈 속에서는 거의 어렵다 정상에는 복계산 화강암 비석만이 눈 쌓인 산들을 조망하며 외롭게 서 있다 정상 아래에서 나누어 마신 1진 일행이 놓고간 식혜맛은 잊을 수 없다 정상에서 내려와 하산 갈림길에서 뒤를 따라오던 일행과 조우한다 하산로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며 하산로를 따라 왼쪽으로 하산하기 시작한다 오를 때의 능선 오른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따라 하산하다 보니 무척 미끄럽다 앞서간 두 아주머니들은 급경사를 내려갈 때는 눈과 함께 구르다시피 내려간다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계곡에 이른다 눈 덮힌 얼음계곡을 가로질러 난 발자욱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매월산장이다 산장에 도착하지 우리 일행이 타고 온 버스만이 눈 속에 외롭게 서 있다 총무님이 준비해논 설렁탕, 매생이국으로 점심을 마치고 차에 오르니 졸려 온다 잠에서 깨어 보니 대부분이 하산하였는데 아직도 세사람이 하산하지 않았단다 산악대장이 무전으로 위치를 확인하며 하산하라고 하였지만 내려 오지를 않는다 급해진 산악대장은 무전으로 위치파악에 주력했지만 위치파악이 어려운 것 같다 눈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초행인 여자 1명을 인솔하다보니 힘이 든 것 같다 일행 일부가 하산계곡을 따라 올라 가 봤지만 어디로 내려올 지 알수가 없어 철수 무전으로 하산로를 유도했으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회답에 모두들 힘이 빠진다 잠시 뒤 교신마져 희미해지더니 이제는 아예 끊겨 버린 것이 아닌가 교신이 끊기자 일행들은 두려움과 공포감 속에 각기 찾아낼 방법들을 궁리한다 장시간 눈 속에서 먹지도 못하고 산속에서 헤메였기에 먹을 것이 필요하다며 남아있는 초코렛과 온수를 모아 다시 계곡 위로 올랐으나 수확없이 내려온다 달리 구제할 수단이 없기에 마지막으로 119에 구조요청을 하기에 이른다 119가 도착하여 상황파악을 마치고, 산악구조대가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한편 구조대가 세분의 휴대폰 위치 파악을 시도했으나 추적되니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산에 오른 구조대의 희망섞인 소식만 기대하며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는 시간내내 초조하고, 내리는 함박눈은 야속하기만 하다 세 분이 무사히 하산하기만을 빌며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만 계속된다 오후 3시까지 모두들 하산했는데 지금까지 눈보라 속에서 얼마나 춥고 힘이 들까 일행 일부는 행여나 하는 마음이 밖으로 나가 계곡만 눈이 빠지게 바라보곤 한다 기약 없이 휘망섞인 소식만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내가 만약 그 분들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대처 하였을까 어두어지면 손전등이 필요하고, 배고프면 열량이 풍부한 음식이 필요할 것이다 추워지면 모닥불을 피울 라이타와 마른나무를 자를 칼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 서 있는 위치를 알아내고 하산로를 찾으려면 지도와 나침판도 필요할 것이다 위치 파악에 필요한 지도나 나침판도 독도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런데 내 배낭속에는 손전등과 칼 외에는 그런 장비들이 하나도 없다 앞으로는 그런 필요장비를 하나씩 챙겨서 항상 배낭속에 넣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밤 7시38분경 구조대로부터 세 분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어온다 구조대와 만나 무사하다는 소식에 모두들 환호하며 흥분된 분위기다 밤 8:30분경 두 분이 건강한 모습으로 내려오자 모두들 박수로 환호를 보낸다 한참 뒤 힘들어 하던 여자분이 구조대와 함께 흠뻑 젖어 언 옷차림으로 내려온다 구조대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무사히 하산한 것에 한없는 고마음을 느낀다 너무 많이 내린 눈 속에서 감행한 오늘 산행은 아무래도 무리였던 것 같다 예정코스로 한북정맥 1구간까지 산행했더라면 어쨌을까 하는 생각에 아찔해진다 한북정맥 제1구간 산행은 다음으로 미루는 수 밖에 없다 어둠속에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서 있는 복계산을 뒤로 하고 버스가 출발하였다 언제나 포근하고 아늑하기만 한 산들도 때로는 이런 무서움이 도사리고 있나 보다 산은 포근하고 겸손하지만 가벼이 보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무서운 존재인가 보다 이제부터는 산을 가벼이 보지 않고 조심하고 신중하고 겸손하게 대해야 할 것이다 산은 산을 사랑하고 겸손한 사람에게는 한없는 포근함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출처 : 스마일산악회
글쓴이 : 타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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