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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비가 내린 다음날(5월13일) 혼자서 관악산에 갔다.
등산로옆 계곡에는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계곡물이 바위사이를 굽이칠때면 하얀 물보라를 이루었다.

 

등산로 초입에 서서 봄을 알렸던 봄의 전령사
병아리 부리처럼 노란 입을 내밀던 개나리 나무도
핑크빛 색깔로 물들여 봄을 알리던 진달래 나무도

하얗게 꽃을 피우며 봄을 만끽했던 벗나무도
이제는 연록색의 잎만 무성한 체 여름을 갈구하고 있었다.

 

호수공원을 지나 연주암으로 향했다.
불어난 계곡물을 옆으로 하며

젖은 바위길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계곡을 따라 나있는 등산로를 최근 정돈해 놓은 것 같다.

커다란 돌을 골라 징검다리처럼 계곡에 길이 내어 있었고,

비탈진 곳에는 돌로 쌓아 평평하게 길이 내어 있었다.


인적이 한산하여 혼자 걷는 산행길은 호젓하였다.
도토리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가 무성해져 싱그러웠으나
때늦은 진달래 꽃잎이 빗줄기에 상처를 입고 서 있어 처량해 보였다

오를수록 계곡은 좁아지고 흐르는 물은 맑았다

쉬엄 쉬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다 보니 숨이 찼다.


연주암 넘어가는 안부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연주대로 향했다.
능선 바위 위에서 본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맑고 높아 보였고
서울대, 과천, 경마장은 눈앞에 가까이 펼쳐져 있었으며
내려다본 관악산 숲은 푸르러 싱그러움이 더했다

 

안부에서 지상레이더 관측소를 지나 연주대로

연주대에서 사당역 방향으로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암벽 비탈을 지날때는 밧줄에 의지하였다
작은 봉우리 몇 개를 지나니 사당역을 향하는 내리막 하산길이다.

 

헬기장을 지나자 군부대에서 설치한 개인용 진지가 배치되어 있었다.
불현 듯 군대시절이 생각난다

 

1977년 이맘때 쯤이다
강원도 동해안 어디에선가 진지공사를 하였다.
산 능선을 따라 교통호를 파고
일정한 거리마다에 개인용 진지를 만들고
그럴때면 북한에서는 선전용 불온삐라가 날아들었다
"전쟁준비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냐"며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뚤어 보았던

 불온삐라의 문구는 우리를 섬찟하게 하였다..

 

그러던 초여름 어느날

그날은 몹시 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후 4시경 둘이서 인근에 있던 설악동으로 막걸리를 사러 나왔다

군발이 주머니를 털어 댓병 막걸리 2병을 사고 나니 잔돈이 없었다

우연히 인심좋은 포장마차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손주가 군에 가 있다고 하면서 고래고기에 술까지 겻들여 주셨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얼마나 술을 마셨던지

 

우리는

주머니 털어 사둔 막걸리 2병과 할머니가 준 두부 2개를 들고

둘이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가 되어 일어섰다.

밖은 이미 어두워 있었다

비틀 비틀 고성방가를 하면서 어렵게 막사에 돌아왔을때는

인사계의 빠따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정신을 차려보니

들고온 막걸리병은 빈병이었고

두부는 온통 모래가 밖혀 먹지 못하고 버렸단다.

 

마당바위와 하마바위를 지나던 하산길에는 소나무가 유난히 많았다
소나무 위에는 노란 별들이 수없이 쌓여 있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새로난 줄기 주변에 송화가 알알이 맺혀 있었다.

 

군데 군데에는  팥배나무가 하늘을 항해 흰 꽃을 피우고 있었고

거의 내려왔을때는 아카시아가 하얗게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혼자서 호젓이 찾았던 비온 다음날의 관악산은 이랬다.

출처 : 이글산악회
글쓴이 : 타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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