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동악명산(東岳明山) 치악산 종주

 

치악은 원주의 동쪽에 거대한 장벽으로 일어선 산
동악명산(東岳明山)이라 하여 많은 고승대덕이 수도처로 찾았던 산
가을 단풍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 적악산(赤岳山)
뱀에 휘감긴 은인을 구해준 꿩의 보은전설로 인해 치악산(雉岳山)
이렇듯 여러 개의 산이름을 지니고 있는 산도 흔치 않으리라

 

오래전부터 몇 번이나 치악종주 계획을 세웠으나 번번히 시작도 못했다
지난 일요일 심마니들의 치악종주에 동참하려 했으나
태풍 "민들레"로 취소되는 바람에 홀로라도 종주산행을 작정하였다.
삼돌님이 동참해 주는 바람에 홀로산행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계획을 세우기 위해 웹서핑을 하여 산행후기들을 살펴 보았다
소요시간은 8∼14시간정도로 다양하였으나 8시간이면 가능할 것 같았다

2004. 7. 11(일) 치악 종주를 결행하기로 작정하고 계획을 세웠다


청량리에서 열차로 신림역까지, 신림역에서 성남매표소까지 택시로
성남매표소-상원사-남대봉-향로봉-고둔치-원통재-비로봉-사다리병창-

세렴폭포-구룡사-구룡사 매표소까지 약 8시간을 예상하여 계획하고
구룡사 매표소에서 시내버스로 원주역까지
원주역에서 청량리까지 열차로 귀경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05:30 화곡역에서 첫출발하는 지하철 5호선으로 06:20분경 청량리역 도착
06:50 청량리역 출발 안동행 열차에 올랐다
웬일인지 열차는 무궁화였는데 역마다 쉬어가는 것이 아닌가
승객이 한명도 오르 내리지 않는데 역마다 빠지지 않고 멈춘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안동행 첫차는 통근열차라서 완행이란다.

 

양동역에서는 교차하는 열차가 지나야 한다며 10여분이상을 서 있었다
삼돌님 이때다 싶어 밖으로 나가 여유있게 끽연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로인해 예정보다 10여분 늦게 10:00경에야 신림역에 도착하였다

 

치악산 자락에 자리한 신림역은 민가에서 떨어져 있어 한적해 보였다.
역 아래에는 민가 몇채와 푸른 들판이 한가롭게 자리하고 있었고
멀리 냇가에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시골풍경이다

 

내리는 승객은 우리 일행과 낚시꾼 3명이 전부였고, 역무원은 2명뿐이었다
역무원 1명이 나와서 열차표를 수거하고
한명은 사무실에서 뒤돌아 앉아 전화통을 붙들고 잡담만 하고 있다
동화속에 나옴직한 전형적이고 한가한 시골 간이역의 풍경이다.

이곳 사는 사람중에도 역이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단다.

 

개찰을 마치고 역전밖으로 나왔더니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역무원에게 택시탑승장소를 문의해 보니 개인택시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신림역은 대중교통이 없어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역에서는 택시호출 전화번호를 안내판에 게시하여 놓고 있었다


택시를 호출한 지 3분여 지나자 택시가 도착하였다

택시를 타고 운전기사에게 성남매표소까지의 소요시간과 요금을 물어보았다
10여분정도 소요되며 요금은 만원이라고 한다.
성남매표소까지 가는 길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너무도 맑고 깨끗하였다
5천원을 더주면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까지 들어갈 수 있다하여 동의하였다

 

성남매표소를 지나 주차장까지의 도로는 좁고, 시멘트와 돌로 포장된 길이었다.
좁은 길을 양쪽으로는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오르고 있었다
운전기사가 산행객의 복장을 보고 예견하는 강원도 사투리의 입담이 구수하다


"저 인간들은 산에 오를 상이 아이야 !"
"조금 가다가 힘들면 내려올 인간들이야 !"
"저 인간들 걷는 꼬라지좀 보래이!"
"어디 산에 오를 꼬라지인가 !"

 

매표감시소에서 한사람이 매표여부를 확인하려 하자 휙 지나쳐 버린다
기사에게 왜 지나쳤는지 물어 보았다
"저 녀석 공익인데 한번 혼좀 내줘야겠어! 손님이 표 안 샀을까봐 기래 !"
운전기사의 토속적이고 구수한 입담에 한동안 배꼽을 잡고 웃어야 했다.

 

10:30경 마지막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마지막 주차장에서부터는 좁은 등산로가 오르막으로 나 있었다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어찌나 맑고 깨끗하던지..
산행은 그만두고 계곡에 뛰어들어 하루를 보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계곡물은 좁은 계곡으로 구비구비 흐르며 바위에 부딪치기도 하고
크고 작은 폭포로 변해 하얗게 물보라를 이루어 내는 물소리는
쌍용약수에 이르는 모퉁이를 돌아설 때까지 그칠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등산로 옆을 따라 산죽나무, 단풍나무가 낮게 깔려 자라 있고
계곡을 건너는 모퉁이에 앉아 있는 바위에는 이끼가 축축히 자라며
참나무, 신갈나무, 소나무가 무리를 지어 하늘을 가리며 자라고 있다.

 

흐린 날씨인데도 평상시보다 더 많은 땀이 흐른다
땀을 닦아낸 수건을 쥐어짜니 땀이 물처럼 줄줄 떨어진다
상원사에 못미쳐 쌍용양수에 도착하였더니 중년 부부가 쉬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배낭을 내려놓고 약수를 마시니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모퉁이를 돌아 상원사에 도착하였다.
상원사는 생명을 구해준 선비가 뱀에게 잡혀 있을 때
꿩이 생명으로 보은하였다는 치악의 전설을 안고 있는 오래된 사찰이다.

상원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남대봉 가는 길이 나 있었다


상원사를 왼쪽으로 돌아 20여분쯤 오르자 남대봉에 도착
남대봉에는 30여명이 무리를 지어 이른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남대봉부터의 등산로는 치악의 능선을 따라 비로봉까지이다


치악의 능선은 육산으로 너덜바윗길이 아니어서 산행하기는 좋았다
10여분 지나 육산위에 아담하게 바위가 솟아 있어 잠시 쉬었다.
수박을 먹으면서 바라보니 안개속으로 멀리 향로봉이 보인다

 

바위를 지나 향로봉까지는 치악평전으로 좌우가 시원스레 트였으나
낮은 안개와 구름으로 능선아래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아쉬웠다
맑은 날에는 저아래로 원주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는데....

 

12:30경 향로봉에 도착하였다.
구룡사 방향에서 오던 산행객 몇사람이 쉬고 있었다
우리는 향로봉을 지나쳐 구릉지대에서 점심을 먹었다
13:30경 점심을 마치고 산행을 계속하였다.


햇빛이 없는데도 흐르는 땀은 더 많은 것 같다
14:00경 곧은치(고둔치)에 도착하였다.
자료에 곧은치와 고둔치로 혼용 표기되어 혼란스럽다.

 

점심을 과식한 탓인지 오르막에 무척 힘이 든다
원통재를 지나 입석대 갈림길까지는 급경사가 계속되었다.
급경사를 오르면서 대퇴근육의 일시적인 경직으로 자주 쉬어야 했다
입석대 갈림길에 도착해서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꼼짝없이 서 있다가 한참만에야 주저 앉아 경직을 이완시킬 수 있었다

 

입석대 갈림길을 지나 오르면서 앞을 보니 비로봉이 눈앞에 서 있다
헬기장을 지나 안부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비로봉에 오르다
급경사에 설치된 계단과 돌계단을 따라 쉬엄쉬엄 오르니 비로봉이었다

 

정상에는 몇 사람만이 쉬고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돌무덤 2개와 표석이 좁은 봉우리를 지키고 있고
건너편으로는 매화봉이 내려다 보일 뿐이다.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는데 웬 벌떼와의 전쟁
어디에서 왔는지 벌떼들이 내려논 배낭과 사람에게 수없이 덤벼든다
행여 쏘일까봐 움직이지 못하고 잠시 지체하였다
벌 한 마리가 안경에 앉아 한참을 돌아다니더니
다시 귀로 가서 한참을 맴돌다가 사라진 뒤에야 움직일 수 있었다

 

16:00경 사다리병창코스로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이정표에는 세렴폭포까지 2.7km로 되어 있었다.
사다리병창 계단을 내려오던중 가늘게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말로만 들었던 사다리 병창 코스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급하게 내려놓은 철제 사다리와 돌 계단들
밖으로 드러난 나무뿌리들을 밝고 내려올때는 무릎이 시큰거려 왔다.

하산길인데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했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흐르는 물소리는 심리적으로 더욱 피곤하게 했다

철계단옆으로 스쳐가는 다람쥐 한마리의 앙증이 피곤함을 잠시 잊게한다.


세렴다리에 도착하니 계곡으로 내려온 하산길과 마주쳤다.
한무리의 등산객이 계곡 방향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고 있었다

 

우리는 세렴다리에 도착(17:00경)하여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궜다
발끝으로 느껴오는 차가움은 피로를 한순간에 가시게 하였다
땀에 젖은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 후 휴식을 취하니 여기가 별천지라!

 

세렴다리부터는 완만한 포장도로라서 하산하는데 무리가 없다
구룡사에 도착하니 지난번 화재가 있은 후 대웅전을 건축 중이었다
구룡사부터 매표소까지는 유원지라서인지 간간히 데이트족이 보인다
18:00경 구룡사매표소에 도착하였다.
10:30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7시간30분만에 종주를 하게 된 것이다.

 

파라솔 아래에서 막걸리를 시켜 마셨다.
파라솔 위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이글식구가 다하지 못해 막걸리 맛이 별로다.

 

원주역행 시내버스에 올라 기사에게 원주역행인지 물었다
평일에는 원주역을 가는데 공휴일에는 경유지가 바뀐다는 답변이다
황당하다.


기사는 시외버스터미널 다음역에서 내려 5분쯤 가면 된다고 한다
시내 KT정류장에서 하차하였더니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5분여를 걸었더니 원주역이 나왔다.


19:57분 출발 청량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21:50경 청량리역에 도착하였더니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글 식구들 함께 했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남는다.

출처 : 이글산악회
글쓴이 : 타잔 원글보기
메모 :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