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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비 속에 청량산에 오르다 

 

청량산은 빼어난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이루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할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라고 하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산이었으나

너무 먼 거리에 있어 혼자서 당일산행이 불가능하기에

스마일 산악회에 의지하여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다행이 힌승질님이 함께 하신다고 하여 다행이었다


산행일(04.9.18 토) 새벽부터 촉촉히 짓궂은 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굵어지는가 하면 가늘어지다가 멈추기를 계속된다

유난히 무덥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아닌가 싶다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산행을 해야 할지를 한참동안 망설였다


새벽 5시경 빗줄기가 약해지자 배낭을 챙기고 산행을 결심하여

가을을 재촉하는 빗속에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산행이 시작되었다

버스는 올림픽, 중부,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풍기에서 빠져 나갔다

이어 버스는 풍기 영주를 지나 봉화 청량산에 도착하였다


버스가 가는 동안 비는 계속되었다

조바심에 자꾸 버스 앞 유리창에 부딪치는 빗방울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윈도우 브러쉬가 움직이는 속도를 본다

빗방울이 굵어지면 빠르게 윈도우 브러쉬가 움직이고

반대로 빗줄기가 가늘어지면 윈도우 브러쉬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굵어지는 빗줄기는 멈출지를 모르고 계속해서 내린다

잠시후면 멈추겠지 하는 기대속에 청량산 입구 입석에 도착했다

빗줄기는 오히려 더 굵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씩 버스에서 내려 빗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빗속으로 들어가는 등산객의 등산차림이 각앙각색이다

대부분은 비옷을 입고 배낭커버를 씌워 메고 있으나

비옷이 덥다고 평상시 등산복 차림도 많았다

나도 비옷을 입지 않은 채 우산만 받쳐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버스에서 느낀것 것보다 비가 많이 내린다

등산로를 향해 가는데 앞에 금탑봉이 우뚝 서 있다

금탑봉의 봉우리의 형상이 신기하기만 하다

둥근바위로 된 봉우리의 주변에 테를 두르며 잡목들이 자라고

정상에도 나무들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청량사 진입로를 지난 뒤 금탑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숲속에 접이드니 빗줄기가 수목에 완충되어 비가 멈춘 것 같다

조금 지나자 등산로는 금탑봉의 벼랑을 따라 이어진다

발 아래에는 운무로 사야가 흐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등산로 앞으로는 청량사가 보인다

여느 사찰처럼 여러 채의 기와지붕의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대웅전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 자리한 석탑이 퍽 인상적이다

범종이 있는 건물아래에서 요란한 대중가요 음악소리가 산을 흔든다


청량사를 돌아 계속 올라가니 김생굴이 나온다

김생굴이라고 해서 굴인가 했는데 굴이 아니다

산을 이루는 커다란 바위 뿌리가 움푹 패여 있을 뿐이다.


김생굴은 신라의 명필가 김생이 10년간 글씨공부를 하였다는 굴로

여기서 글씨공부를 하여 입신의 경지에 이르러 당대 최고였다고 하나

이런 굴에서 어떻게 글씨공부를 하였는지 연상이 되질 않는다


김생굴 모퉁이를 돌아가니 산 언저리에 초라하게 응진전이 서 있다

응진전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청량사의 암자로 외청량사라고도 한다

응진전은 청량산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고 하나

내리는 빗줄기와 짙은 안개로 주변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응진전을 뒤로하고 계속 올라가니 산언저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자소봉이라는 팻말이 서 있다

자소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육산이었으나 경사가 심한 편이다


잠시 지나자 삼거리에 팻말이 보인다

오른쪽이 경일봉 가는길 왼쪽이 자소봉이라고 되어있다

자소봉을 향해 올라가니 청량산 정상은 오른쪽으로 가라고 되어있다

위를 올려다 보니 자소봉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우뚝 서있다


자소봉을 돌아 올라서니 탁필봉에 도착한다

왼쪽으로는 자소봉이 운무 속에 우뚝 서 있다

탁필봉 아래는 짙은 안개와 구름이 운해를 이루고 있다

탁필봉에 서 있으니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짙은 운해속에 비스듬히 떠 있는 자소봉은 신비감을 더한다


탁필봉은 청량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빼어난 봉우리였기에

주세붕 선생이 이 지형에 감탄하여 보살봉이라고 지었다고 하나

아래로 보여야 할 청량사는 짙은 운해 속에 숨어 보이질 않는다

자소봉을 보살봉이라고도 한다고 하는 자료가 있어 혼돈스럽다


정상을 행해 능선을 따라 산행을 계속하였다

내리는 비와 짙은 안개로 능선아래는 조망할 수 없어 못내 아쉽다

우중산행의 큰 결점은 능선에서의 조망이 어렵다는 것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가끔 바위사이를 지나는 빗속의 등산로는 미끄러웠다

다행이 급한 바위사의의 등산로에 철계단이 설치되어 다행이었다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뒷실고개가 나타났다

왼쪽으로는 청량사로 가는 길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우리는 정상을 향해 계속 직진하였다


급한 철계단을 내려가니 커다란 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고 서 있다

안개로 잘 보이지는 않으나 우뚝 선 봉우리라서 오를 수 가 없었다

산행지도를 보니 이 봉우리가 자란봉이라고 되어 있다

누군가 바닥에 정상을 가려면 왼쪽으로 내려가라고 써 놓았다


왼쪽으로 내려가니 급한길로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정상은 오른쪽으로 40분을 더가야 한다는 팻말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굽어지더니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르막 길은 바위틈 사이 계곡으로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오르면서 느끼기에 경사도는 적어도 50~60도는 족히 되어 보였다

바위틈새로 난 경사로에는 빗물이 계곡을 이루어 흐르고 있었다

짐시 멈춰 한승질님이 꺼내 준 귤이랑, 토마토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가픈 숨을 몰아쉬며 우산을 받쳐든 채 계곡길을 오른다

심한 급경사에 이르자 철계단이 설치되어 다행이었다

철계단 아래에 받쳐 있던 받침돌은 빗물에 떨어져 나가 버렸다

낑낑대며 파이프를 잡고 힘껏 당기니 겨우 철계단에 올라진다

힘겹게 자란봉을 지나 내려가니 역 방향에서 온 등산객이 보인다


아직도 정상이 20분을 더 가야한다고 팻말에 적혀있다

능선을 지나 내려가다가 산 허리로 난 등산로는 비교적 좋았다

그러나 잠시 뒤 철계단이 다시 나타난다

철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니 정상이 나타난다


정상을 장인봉이라고 해서인지 팻말에는 장인봉이라고 씌여있다

정상에는 돌무덤이 있고, 청량산 안내지도가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 일행이 깍아놓은 사과를 몇 조각 맛있게 먹어 치웠다


우리는 하산하여 식사하기로 하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우리는 아래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 아래는 안개와 구름과 비가 뒤섞여 운해를 이루고 있었다

발아래에는 넘실대는 운해 외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마치 신선이 되어 천상세계에 있는 듯 하다.


철 난간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가니 등산로가 보인다

바위계곡 사이로 난 급경사 하산코스는 장난이 아니다

바위와와 나무줄기를 부여잡고 끙끙대며 바위계곡을 내려온다

바위계곡을 지나자 하신길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운해 아래에 이르러서는 산 아래가 휜히 보이기 시작한다

산 허리로 몇 채의 산골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산골마을 아래에는 건너편 산에서 흐르는 청량폭포가 보인다


산골 마을 언저리에서 좌우로 난 산길 탓에 잠시 혼돈이 왔다

마을 할머니에게 길을 물으니 곧바로 내려가라고 한다

마을을 지나 내려가니 맑게 흐르는 물들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었다

마지막 계곡에서 더위로 젖은 빗물과 땀을 씻으니 시원하다


길 옆에 메달여 무언가를 따고 있는 일행이 보인다

무너진 산비탈의 다래나무에 야생다래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비탈에 올라 야생다래를 한 웅큼 따서 먹었다

설익은 것은 신맛이 날 줄 알았는데 새콤하고 맛있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하산주로 제공된 포도주를 몇 잔 마셨더니 취기가 돈다


오늘 산행은 비록 우중 속 산행이었지만

청량한 산에 와서 잠시 신선이 되어 보기도 하고

야생다래도 직접 따 먹어 보고

맑은 공기를 마신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 것 같다

출처 : 이글산악회
글쓴이 : 타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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