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와 함께한 관악산행
2004. 8. 29(일) 나의 영원한 동반자와 함께 모처럼의 산행을 하게 되었다
산행코스는 서울대에서 연주암, 연주대를 지나 사당역으로 하산하는 코스
며칠 전 뜻밖에 나의 영원한 동반자가 관악산행을 제의한 적이 있었다
워낙 산을 싫어한 까닭에 뒷동산에 올라가기도 싫어하던 사람의 제안이었기에
너무 기쁜 나머지 함께 간다면 어디든지 모시고 가겠다고 하였다
내가 산행을 하는 날이면 휴일인데도 새벽에 일어나 말없이 도시락을 챙겨주고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항상 고마웠고, 항상 빛진 기분이었기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기회다 싶어 나의 산행 욕심은 아예 접고
가고 싶은 대로 따라가며 모시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산행 예정 전날 산에 오르기가 힘들어 가기 싫으니 혼자 가라고 한다
갖은 이야기를 하면서 회유해 보았지만 꺽이지 않은 바람에
이래 저래 그날은 나도 산행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든 다정하게 산행을 함께 하고 싶었다
그때 이글대장님 전화로 오늘의 산행계획을 물으신다
그러나 부득이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집에 일어 있어 이글산행에 동참할 수 없다고....
아침 퇴근 전 오늘 날씨도 좋은데 같이 관악산에 다녀 오자고 집으로 전화했다
대답은 간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간다는 것도 아닌 애매한 대답이었다.
부부간의 대화에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답은 상대의 뜻에 따른다는 긍정이기에
도시락 2인분 준비해 주라고 부탁하고 전화를 끊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도시락을 준비해 놓았는지가 몹시 궁금하였다
준비를 해 놓았다면 함께 가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산행을 제의했다가 싫다고 한 전력이 있기에
혹시나 하여 주방에 들어가 살펴 보았더니 도시락이 보이질 않는다
"아아 산에 함께 가기 싫은가 보다"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들 녀석 왈
"히히 엄마 오늘 아빠와 산에 함께 가시려고 머리에 드라이 하고 계셔" 라고 한다
즐거운 마음에 거실에 들어가 보니 드라이어로 머리를 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시락이 없던데? 하고 넘겨짚어 물었더니 김밥 사서 가자고 한다
삼막사까지 급경사 없이 완만히 가는 코스가 있으니 그리로 가자고 하였다
머리를 만지고 난후 시원한 음료와 과일을 준비하여 배낭에 챙겨 넣었다
일단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집을 나섰다
시장에서 김밥도 사고, 떡도 한봉지 사서 챙겨 지하철을 탔다
서울대 입구역에서 내려 서울대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는 행렬만 늘어날 뿐 버스가 오질 않는다
기다리는 행렬은 대부분이 산행차림의 사람들이었다.
기다림에 지친 나는 시내버스타고 가자고 제의했다가 한방 먹었다
마을버스와 시내버스요금이 얼마차인지 아느냐 !
이런 것부터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 !. 나는 그런 것이 문제란다
생각의 포인트가 남여가 다른가 보다
나는 시간이 더 아까웠는데, 집사람은 돈이 더 아까웠는가 보다
11:50경 관악산 입구에 도착하여 둘이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등산 인파에 묻히어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였다
햇빛이 따가워 길가의 그늘을 따라다니며 올라갔다
오르면서 어디로 갈까하고 물었더니 아무 곳이나 갈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은근히 욕심이 생겨 관악산 연주대까지 갈수 있는지를 물었더니 가볍게 그리고 가자고 한다
우리는 관악산 계곡을 따라 연주대를 향해 계속 올라갔다.
아카시아 동산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길에 접어들자 힘들어하기 시작한다
"힘들면 얘기해! 쉬면서 천천히 가게" 하고 안심을 시켰다
나는 최대한 배려를 하기 위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계곡 아래에는 물이 꽤 고여 있었는데 오를수록 고여있는 물이 적었다
그러나 계곡마다 사람이 앉을만한 자리마다에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주 막걸리 마시는 사람, 식사하는 사람, 누워있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집사람은 쉬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운 지 계곡에 앉아 놀자고 한다
마지 못해 길가 그늘옆에 고여 있는 계곡물가에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신발과 양말을 벗더니 두발을 계곡물에 담그며 즐거워하지 않는가
집사람은 잠시나마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바위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나는 재촉도 하지 않은 채 한참을 기다렸다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말을 닦고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더니 가자고 한다
조금씩 오를 수록 걸음걸이다 느려지며 힘겨워 한다.
그냥 내려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쉬엄 쉬엄 계곡을 오르면서 자꾸 계곡에 않아있는 사람들을 부러워 한다
계곡에 앉아 식사를 하자고 하였더니 좋아 한다
계곡 물가에 앉아 자리를 깔고 식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옆에는 여자 두분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막걸리도 3갠, 반찬은 상치, 고추, 김치 등 다양하게 준비해왔다
김밥을 먹자니 김치생각이 났는지 김치를 구해 오겠다고 한다
간단히 먹고 가자고 하였더니 김밥을 한 조각씩을 넣을 때마다 그곳을 쳐다보곤 한다
식사를 하고나니 이제는 자고 싶다고 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등산대로변이라서 누워 잠자기도 마땅하지가 않았다
"북한산은 한적한 그늘이 많아 드러누워 잘 수도 있을텐데" 하고 말했더니
북한산은 오르기가 힘들다고 하면서 더 이상 회유하지 말라고 한다
배낭을 챙기면서 하산할 것인지 정상까지 오를 것인지를 물어 보았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으로 가자고 한다
연주대 능선을 오르는 깔닥고개에서는 무척이나 힘겨워 했다.
몇 걸걸음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면서 능선에 도착하였다
능선은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해 줄줄 알았는데 오늘따라 바람도 없다
다시 내려갈지 사당역까지 가서 지하철타고 집에 갈까를 물어 보았다
서울대로 가면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번거로우니 사당역으로 가자고 한다
아아 .. 그때 그냥 서울대로 다시 내려 갔을 것을...............
연주대에서 암벽에 설치된 철제자일을 타고 내려갈 때는 좋아하더니
점점 바위길과 뜨거운 능선길을 지날 때는 너무도 힘들어 하였다
이미 사당동 방향 능선에 접어든 터라 산행길을 바꿀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산하는 길이 너무 힘이 든지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이 무척 힘겨워 보였다
앞으로는 절대로 산에 오지 않는다고 몇 번을 혼잣말로 다짐하곤 한다.
힘들어 하는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웠으나 다른 뾰쪽한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업고 내려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불안한 마음으로 앞뒤를 오가며
조심스레 눈치를 살핀채 앞뒤를 오가며 긴장을 풀지 않고 살피면서 하산하다 보니 나까지도 몹시 피곤하였다
갈수록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여기까지 온 것을 몹시 후회를 하였다
오후 5시가 지나서야 사당역에 도착하였다
서울대 입구를 출발한지 5시간만이다.
비록 시간은 많이 소요되엇지만 무사히 내려와서 천만 다행이었다
지하철에 타자마자 자리를 잡더니 그대로 골아 떨어져 버린다.
앞으로는 함께 산향을 할때면 가장 쉬운 코스로 안내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욕심을 버리고 봉사를 하려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만 난 것 같아 못내 아쉬운 산행이었다.
아침에 출발할때에는 무척 즐거웠는데
하산할 때에는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던 하루였다.
'◆ 국내 산행 >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환상적인 삼악산 산행후기 (0) | 2006.03.22 |
---|---|
[스크랩] 북한산행(독바위역-족두리,향로,비봉-대남,대성문-국민대) (0) | 2006.03.22 |
[스크랩] 북한산 여름산행 (0) | 2006.03.22 |
[스크랩] 雲霧에 잠긴 道峰山 (0) | 2006.03.22 |
[스크랩] 東岳明山 치악산( 雉岳山) 종주 (0) | 2006.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