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전에 사는 이모(67)씨는 연금생활자다. 월 320만원 타는 데, 부부 둘이 쓰고 남아 일부 저축도 한다. 은퇴 전엔 공무원으로 30년 이상 일했다. 자녀 둘은 얼마전 모두 출가했다. 그간 모은 자산은 1억3000만원의 보유 아파트를 포함해 7억2000만원 가량 된다. 10년 전 서울 한남동 재개발 동네의 지분을 매입했다가 최근 처분했다. 해외여행 등 더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려 한다며 자산운용 방법에 관해 물어 왔다.
A 저금리 시대에 가계 자산은 중위험·중수익 전략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 건 은퇴 전이나 후나 똑같이 유효하다. 차이가 있다면 은퇴후는 안전성과 현금흐름에 좀 더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은퇴생활자인 이씨네의 자산 운용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주식투자 금액 1억원, 펀드 2200만원 등 위험자산 비중이 70% 넘는다. 공격 일변도의 운용 전략은 미처 예상치 못한 위기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현금흐름이 만들어지게 자산운용 방식을 바꿨으면 한다. 부동산을 판 돈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국채 이자 연 10%
ㅇ 위험자산 투자금을 8000만원으로 줄이고, CMA 자금 5000만원 중 2000만원을 인출해 합친 6000만원으로 월지급식 상품을 구입하기 바란다. 월지급식 상품으론 지수형 ELS(지수연계증권)과 브라질 국채를 추천한다. 지수형 ELS는 가입 시점 대비 45~55%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6~8%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주식시장이 50%이상 폭락하더라도 가입기간 동안 선지급되는 수익금을 통해 손실 보전이 가능하다. 3000만원을 투자할 경우 매달 세후 12만7000~16만9000원의 수익금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ㅇ 브라질 국채는 액면의 10%인 표면이자가 투자 포인트다. 환율변동의 위험이 있지만, 고금리의 이자가 환율리스크를 상쇄하는 쿠션역할을 해준다. 3000만원을 투자할 경우 채권의 잔존만기에 따라 매월 25만원 내외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브라질 국채는 세금을 물지 않는다.
◆뉴타운 지분 판 돈, 소형 아파트 사라
ㅇ 이씨네는 10년전 3억2000만원을 주고 매입한 서울 한남동 뉴타운 3구역 지분을 4억5000만원에 처분했다. 겨우 은행 이자 정도 건진 셈이니 성공한 재테크로 볼 수 없지만, 현금을 굴릴 기회가 생겨 다행이란 생각이다. 이 돈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투자 대상으론 상가,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 3가지로 압축된다.
ㅇ 먼저 상가는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관리가 수월하고 꾸준한 임대수요를 기대할 수 있지만 경기불황의 영향을 심하게 타는 단점이 있다.
ㅇ 오피스텔은 높은 월세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건물이 노후화할 경우 임대료가 급락하는 ‘전강후약’의 부동산이다.
ㅇ 반면 소형 아파트는 건물이 노후화하면 재건축을 기대할 수 있다. 상가나 오피스텔에 비해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임대수입과 시세의 안전성 측면에선 나름 장점이 많은 부동산이다.
ㅇ 노후의 부동산 투자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과 환금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이씨네에게 서울의 역세권 소형 아파트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기대수익률은 연 4.5% 정도. 4억5000만원을 투자하면 매월 165만원을 월세로 받게 될 전망이다.
◆CMA는 비상자금용으로
ㅇ 일단 이씨네는 재산리모델링으로 320만원의 연금외에 월지급식 상품에서 40만원, 소형 아파트 월세 165만원 등 매월 200만원의 현금흐름이 새로 만들어진다. 자녀들이 출가한 상태고 연금만으로도 부부의 생활비가 해결돼 월 300만원 가까이 저축할 여력이 생긴다.
▲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사의 역대 최대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국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연 자를 수 있을까? 자르자니 불안하고 계속 쓰자니 부담된다. 신용카드 이야기다. 비어가는 통장을 보면서 또는 늘어가는 빚을 보면서 신용카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렵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다. '신용카드 결제 금액을 줄여야지'하고 생각만 하거나 용기를 내서 줄이려고 시도해 봤지만 끝내 실패하거나. 혹시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에 신용카드를 없애지 못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보자.
[첫째] 신용카드가 없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아마도 신용카드를 없애려고 할 때 가장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일 것이다. 편해서 쓰는 신용카드이기에 그것이 없을 때의 불편함을 생각하면 차마 자를 수 없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한 번쯤 돈 벌 때를 생각해 보자. 돈 버는 것이 너무나도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석 달 전 종영된 드라마 < 미생 > 에서도 직장인들의 애환이 짠하게 그려져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돈을 벌 때는 자존심도 다 버려가면서 굽실거리기도 한다. 치열하고, 힘들고, 어렵게 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그만둘 생각을 하면서도 차마 사표를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매달 통장에 꽂히는 '마약 같은 월급'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을 쓸 때는 너무나도 편하게 쓰려 한다. 그러니 돈이 안 모인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돈을 쓸 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원래 돈은 불편하게 써야 한다. 그래야 정말 중요한 곳, 내가 원하는 곳에 신중하게 돈을 쓸 수 있게 된다. 힘들게 벌었으니 쓸 때라도 편하게 돈 쓰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그로 인해 힘들게 번 피 같은 돈이 여기저기 새나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할인이나 포인트가 아깝다
자르려고 보니 그동안 신용카드를 통해 누렸던 여러 혜택이 생각난다.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신용카드는 다시 지갑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래도 신용카드가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보다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률이 높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는 절대 혜택을 공짜로 주지 않는다.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여러 부가 서비스의 실적 기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사람은 신용카드를 통해 대형마트나 외식 업체 등 특정 가맹점에서 5% 할인이 된다는 식으로만 알고 있지, 5%를 할인 받기 위해서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지, 할인 한도가 얼마인지, 자신의 카드 결제 기준일이라든가 사용 금액 중 실적으로 인정받는 금액이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자신이 신용카드를 통해 정확히 얼마를 할인받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신용카드 청구서를 이메일로 받으면서 언제부턴가 결제 내역도 확인하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한 번쯤 메일함에 쌓여 있는 청구서를 열어보자. 대다수는 할인받는 금액이 한 달에 1만~2만 원도 되지 않는다. 혹시 많이 할인 받고 있다면 결제 금액이 산더미처럼 불어나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자. 신용카드의 혜택치고 돈 안 쓰고 주는 혜택은 단 하나도 없다.
쥐꼬리만큼 할인 받으려고 더 큰 돈을 신용카드로 새어나가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막연히 신용카드로 할인 받는다 생각하기보다는 한두 달 정도 신용카드 없이 살아보고 줄어든 생활비가 많은지, 신용카드로 할인 받는 금액이 많은지 구체적으로 비교해보자. 그전에 남은 포인트는 잊지 말고 인터넷으로 과감히 써버리자.
[셋째] 중요한 순간에 돈이 없을까 봐 불안하다
신용카드 없이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통장에 늘 돈이 있다는 것을. 신용카드를 쓰니 늘 현금이 없고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에 의존하게 된다.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증이 생긴다. 잘라보면 몇 달 안 지나서 금방 알게 된다. 없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을.
만약 현금 10만 원을 들고 장을 보러 갔는데 계산대 앞에 서니 13만 원이 나왔다. 어떻게 할까? 예전에는 3만 원어치 덜어내는 것이 당연했다. 그걸 가지고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덜어내면 큰일 나는 줄 안다. 돈이 없어서 덜어낼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는가? 돈이 없으면 안 쓸 줄도 알아야 되는 데 없어도 자꾸 돈을 쓰니 빚이 늘어간다.
과거에 3만 원어치 물건을 덜어내도 괜찮았던 이유는 실제로 그 물건들이 없어도 생활하는 데 크게 문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덜어낼 때는 13만 원어치 물건 중 불필요한 것들부터 골라내기 마련이다. 부족한 3만 원어치 물건이 정말 꼭 필요하다면 요즘 사방 천지가 현금 인출기다. 가서 돈 찾아오시면 된다. 비상금을 넣어두었던 체크카드로 사도 된다. 신용카드가 없다고 해서 중요한 돈을 못 쓰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단지 중요하지 않은 지출을 막아줄 뿐이다.
[넷째] 비싼 물건을 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신용카드 할부에 익숙해지면서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저축이다. 과거에는 냉장고를 사기 위해서, 진학하는 아이들 교복을 사주기 위해서 적금을 들고 곗돈도 부었다. 지금은 대개 '냉장고 따위를 사기 위해서 구질구질하게 무슨 저축씩이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할부에 시달리다가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론까지 손을 댄다. 어느새 저축은 돈이 남아도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저축이 가능해진다. 할부로 힘들게 갚는 것보다는 미리 모아서 쓰는 것이 훨씬 편하고 만족도도 높다. 6개월짜리 소액 적금을 수시로 가입해 보자. 만기 될 때마다 꺼내 쓰는 재미는 해본 사람만 안다. 통장에 늘 돈이 있으니 신용카드 할부의 유혹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게다가 어렵게 모은 돈이라는 생각에 쓰기 아까워서라도 카드 할부로 쉽게 사던 비싼 물건들, 자연스레 다시 생각하게 된다.
▲ 각종 카드 영수증.
ⓒ 최은경
[다섯째] 신용카드 자르면 당장 이번 달 생활비가 없다
이런 이유로 신용카드를 한 번에 못 없애고 서서히 결제 금액 줄여서 없애겠다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실패하고 만다. 신용카드도 결국엔 습관이고 중독이기 때문이다. 올해 담뱃값이 대폭 오르면서 지난해에 금연을 결심하고 담배를 줄이던 사람들이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왔다. 편의점 담배 매출이 이미 회복됐다는 뉴스가 그걸 증명한다. 이유는 한 번에 못 끊어냈기 때문이다. 끊었다가도 '한두 개비만 피워볼까'하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를 서서히 줄여 결제 금액을 없애겠다는 이야기는 흡연자가 한 달에 두세 개비씩 줄여서 6개월이나 1년 후에 담배를 끊겠다는 이야기와 같다. 끊었다가도 한 두 개비의 유혹 때문에 다시 흡연자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신용카드도 완전히 없애지 않으면 어느 순간 줄었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결제 금액을 보게 될 것이다. 한 번에 잘라 버려야 한다. 물론 담배를 끊으면 금단 현상이 오는 것처럼 신용카드 마찬가지다. 괴롭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아무 고통 없이 가정의 현금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부터가 과욕이다. 처음 석 달 정도는 분명 고생한다.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장 이번 달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어쩔 수 없다. 당분간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 이미 많은 가정의 냉장고가 꽉 차 있을 것이다. 먹을 것 없다 생각하지 말고 냉장고를 다 비울 때까지 장 보는 것을 중단해 보자. 우리 집은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로 한 달 이상 먹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냉장고에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식비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된다.
현금이 좀 필요할 테니 이참에 통장을 정리해서 여기저기 푼돈도 긁어 모으고, 만약 보험료가 많이 나간다면 보험 리모델링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다. 일정 부분 해약 환급금이 나오니 보험료도 줄이고 부족한 생활비도 메우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집안을 정리해서 안 쓰는 물건들은 벼룩시장이나 중고 장터를 통해 처리한다면 집도 넓어지고 현금도 만질 수 있다. 조금 번거로워도 하려고만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신용카드 없애는 것. 어렵지 않다. 그냥 가위로 '싹둑' 자르고 신용카드사에 전화 한 통 하면 된다. 쉬운 걸 굳이 어렵게 하지 말자. 이미 신용카드로 많은 것을 저질러 왔다. 이제는 신용카드 자르는 것을 저지를 차례다. 이것만 하면 결제일이 없는 한 달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