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태백산에 오르다
태백산은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을 지나 청옥산, 투타산를 거쳐
장엄하게 흐르며 웅장하게 용트림하는 한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의 상징으로
강원도 태백시, 영월군과 경북 봉화와 경계를 이루는 해발 1,566.7m의 산이다
태백산은 태백산맥을 이루는 다른 산들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과는 달리
활등처럼 휘어진 거대한 능선과 봉우리로 이루어진 둔중한 육산으로
주봉은 장군봉이고, 장군봉과 문수봉이 주능선을 이루고 있는 산이다
태백산은 신라때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 계룡산, 태백산의 오악중 북악으로
일성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예로부터 신성산 땅으로 소도라고 했음을 볼 때
태백산은 우리 민족 정기가 서린 영험한 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2005. 1. 8(토) 신년들어 첫 나들이 산행지가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
태백산의 백미는 하얀 눈들이 능선을 따라 장엄하게 펼쳐진 것이 장관이기에
며칠전 태백산에 오르는 매표소에 알아봤더니 눈이 없다고 하여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산행 당일 올 겨울 들어 유난히도 바람이 찬 새벽공기를 가르며
삼돌님, 돌돌님 부부, 코난님, 그리고 나는 스마일 산악회를 따라 산행에 올랐다
오늘 민족의 영산 태백산에 올라가서 반드시 태백의 정기를 흠뻑 받으리라.
추위 때문인지 버스의 안쪽 차창벽은 꽁꽁 얼어버려 밖을 전혀 내다 볼 수가 없다
차창 안을 호호불어 생긴 조그만 틈사이로 밖을 보지만 어딘지 분간이 어렵다
고속도로를 지나고 꼬불꼬불 강원도길을 가는 가 싶더니 화방재에 도착하였다
화방재에서 등산로를 따라 장군봉을 지나 문소봉 갈림길까지는 백두대간 중 하나다
10시경 화방재에서 사길령 매표소를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좁게 오르는 육산 등산로 가장자리로는 하얀 눈들이 조금씩 쌓여 있고
앙상한 낙엽송 아래로는 산죽나무들이 나지막히 푸르게 자라고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10여분 올랐을까 나지막한 사길령 안부에 도착하였더니 유일사가는 안내판이 서 있고
옛날 강원, 영남을 오가는 보부상들이 지었다는 신령각이라는 당집이 서 있다
사길령부터는 앙상해진 신갈나무와 참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그 아래에는 눈이 하얗다
사길령은 태백산 북쪽 능선에 영남으로 통하는 고개로
옛날 영남과 강원을 오가는 보부상들이 이용했던 고개라고 하며
사길재, 사길치, 또는 새길령, 새길치라고 각기 다르게 표기되어 있어 혼란스럽다
사길령에서 유일사쪽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응달이라서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등산로를 따라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오르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다
모퉁이를 지나고 양지로 난 등산로를 지나다 보니 앞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유일사 매표소에서 올라온 산행객과 만나는 갈림길이다
갈림길에서는 유일사매표소에서 올라온 등산객들로 산행객이 불어나고 소란스럽다
여기저기서 도착을 기념하는 사진찍는 광경이 볼만하다
이정표를 배경으로 사진 몇장을 찍고나서 보니 돌돌님 부부는 먼저가고 없다.
아마도 돌돌님 부부는 선두에서 앞만 보고 계속 오르는 모양이다
갈림길에서 장군봉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은 돌계단으로 시작된다
오르는 돌계단 옆으로는 나무말뚝과 자일이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돌계단을 지나면서부터는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매섭다
매서운 바람에 귀가 시려워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목도리를 두르니 포근하다
반질반질한 눈길을 따라 다리에 힘을 주며 조심스레 걷다보니 다리가 뻐근해진다
가픈숨을 몰아쉬며 능선에 오르니 간간히 서 있는 참나무들과 주목들이 눈길을 끈다
불어오는 삭풍에 버티고 서 있다 보니 고고하게 반쪽만 살아있는 것들이 인상적이다
숨을 거둔채 서 있는 고사목을 보고 있자니 삶을 포기한 것에 연민의정이 느껴진다
능선에 깔려있는 철쭉나무 가지들은 바람에 못견뎠는지 고불꼬불한 것이 인상적이다
나무 아래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좁게 난 등산로의 눈은 빙판길을 이루고 있다
빙판길을 피해 나무아래 쌓인 눈 위로 오르니 한결 수월하다
나무숲 능선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첩첩히 층을 이루며 서 있는 산들이 장관이다
마치 물결모양으로 늘어 선 산들의 원근이 뚜렷하고 사이마다 있는 계곡들은 선명하다
산과 계곡 사이의 양지 아담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산촌 마을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주변의 풍광에 흠뻑 취해 능선을 걷다 보니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의 추위도 잊었다
하늘은 너무도 맑고, 시야는 더없이 넓어 멀리 산끝자락까지 한눈에 또렷하게 보인다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파란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이 파랗고 맑기만 하다
잠시 뒤 ㄷ 자형으로 돌들을 쌓아 만든 첫 번째 제단인 장군단에 도착하였다
장군단 안에는 여러층의 돌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맨 위에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제단위에는 두개의 돌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로 놋 향로가 1개 놓여있다
장군단 제단에는 뭇 산행객들이 놓고간 듯한 귤과 사과가 놓여 있다
장군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으로 천왕단 북쪽에 있다
제단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의 추위를 피하고 서 있다
300여미터 앞으로는 태백산 정상이 눈이 쌓인 철쭉나무숲 사이로 보인다
능선 서편으로는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눈이 쌓인 능선에 서서 넔을 잃고 바라고 서 있다보니 일행이 지나쳐 버린다
능선을 따라 주변의 풍광에 취한 나는 일행이 지나치는 것도 잊은 채 홀로 서서
내려다 보며 매섭게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을 가슴 속 깊이까지 깊숙이 들이 마시면서
태백의 정기를 한 모금씩 모아 하단전 깊숙이 들이 마셔 본다
이어 앙상해진 철쭉나무 숲길을 따라 눈길을 걸어 태백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이라고 하나 둥그런 능선으로 이루어진 탓에 높이 솟아 있지 않다
정기가 서린 정상에는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천왕단이 웅장하게 서 있다.
천왕단은 개천절마다 태극기와 칠성기를 꽂고 주변에 33천기와 28수기를 세우며
9종류의 제물을 갖추어 놓고 하늘에 제사를 받들고 있다고 한다.
석성처럼 쌓여진 천왕단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벼 무척 소란스럽다.
천왕단에 와서야 돌돌님 부부가 보인다
항상 그 옆을 떠나지 않고 함께 하는 돌돌님이야말로 애처가의 정형이다
비로소 두 분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나머지 일행도 사진에 담는다
천왕단 옆으로는 태백산이라 새긴 커다란 화강암석에 우뚝 서 있다
화강암석 주변에 사진촬영을 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다
주변 계곡에는 지성을 드리는 기도처로 많이 사용되어 지석과 석탑들이 있다고 한다
천왕단을 지나 내려오니 작은 언덕아래에 하단이 조그맣게 세워져 있다
제단에는 한국출판인협회 산악회에서 엄숙하게 시산제를 올리고 있다
태백산의 천제단은 북으로부터 장군단, 천왕단, 하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제단을 지나 부쇠봉, 문수봉을 이르는 능선 주변은 주목 군락지로 유명하다
넓은 능선에는 앙상해진 철쭉나무 사이로 주목들이 군데군데 푸른빛을 띠며 서 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삭풍을 견디지 못한 주목들은 남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서 있다
내리막에는 쌓인 눈들을 등산객들이 밟아 놓아 빙판을 이루고 있어 미끄럽다
조심스레 걷다가도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쿵하고 넘어져 아래로 미끌려 내려가면 앞에 간 사람들이 붙잡아 주곤 한다
부쇠봉을 지나 문수봉으로 향하는 등산로 주변의 자작나무숲은 퍽 이국적이다
자작나무 줄기에 달라 붙어있는 하얀 나무껍질이 햇빛에 비쳐 더욱 희다
하얀 자작나무 줄기 사이에 하나씩 나 있는 검은 점들이 흰바탕에 조화를 이룬다
문수봉에 이르니 크고 작은 돌들로 깔려 있는 위에 커다란 돌탑이 서 있다
뽀쭉한 돌탑 뒤로 파란 하늘에 걸쳐있는 한무리의 흰구름 띠가 정말 아름답다
돌탑 주변의 바위 아래마다에는 간식을 하는 산행객들로 붐빈다.
삼돌님이 꺼내놓은 소주 두잔을 마셨는데도 추위 때문인지 느낌이 없다
속을 덥게 하기 위해 가져온 더운물을 마시다가 벗어놓은 장갑에 쏟아 버렸다
다행히도 장갑 안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아 계속 사용할 수 있어 다행이다
잠시 머리에 쓴 모자를 벗었더니 금새 머리에 난 땀이 얼음으로 변해 버린다
뒷 머리에 붙어있는 고드름을 털어내고 다시 모자를 눌러썼다
지난번에 마련한 등산용 목도리와 모자가 이번 추위에 정말 요긴하게 사용된다
문수봉을 지나 갈림길에 도착하자 최대장님이 갈림길에서 하산해야 한다고 한다
애초부터 우리 일행은 문수봉을 지나 두리봉까지 산행하다가 하산하기로 하여
계속 직진하겠다고 했더니 그곳은 위험하고 119구조대 연락해도 안온다고 한다
그래도 가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조심해서 시간내에 하산하라 허락하신다
돌돌님 부부는 최대장님의 엄포에 눌렸는지 최대장님을 따라 내려간다
삼돌, 코난과 함께 계속하여 직진하다 보니 소문수봉에 다달았다
소문수봉 귀로 펼쳐진 첩첩 산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평안해진다
겹겹이 펼쳐진 산들은 말없이 평화롭게 앉아 있고, 스카이라인이 뚜렷하다
파란 하늘에 띠를 이루며 떠 있는 흰구름들은 더욱 희게 보인다
소문수봉을 지나 계속 가다보니 또다른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에는 계속 직진하면 금천 문곡, 왼쪽으로 당골가는 길이다
직진하면 두리봉이 나와야 하는데 문곡, 금천이라니 그곳은 경북 봉화쪽이 아닌가
두리봉가는 등산로는 없나보다 하고 할 수 없이 우리 일행은 당골로 향했다
내려가는 길은 눈길이었으나 사람이 적게 다닌 탓에 미끄럽지가 않다
눈이 밟힐 때마다 뽀드득거리며 나는 소리가 듣기가 참 좋다
눈 위을 뛰노는 강아지마냥 눈 길을 따라 뛰어 내려간 우리는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한참을 내려갔더니 당길로 이어지는 삼거리 큰 길이 나온다
큰길 뒤를 보니 먼저 내려갔던 일행들의 선두가 내려오고 있다
당골에 도착하니 태백산 눈꽃축제에 사용할 눈을 만들어 쌓아 놓은 모습들이 신기하다
거푸집 안에는 눈들이 쌓여 있고 거푸집 틀 밖으로는 눈 고드름이 무척 아름답다
바닥에는 쌓인 눈들이 얼어 빙판을 이루어 미끄럽기 그지없다
우리 일행은 눈고드름과 빙판에 취해 잠시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눈고드름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경사진 눈얼음판에서는 미끄럼도 탔다
길가에서 구경하는 하산객들은 무척 부러워 한 듯 웃으며 바라만 보고 있다
당골길을 따라 당골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총무님께서 떡국을 끓여놓고 기다리신다
따끈한 떡국 한그릇을 해치우고, 소주 몇잔 기울이니 포만감에 모두가 내 세상이다
너무도 좋은 날씨에 금년 첫 나들이 산행은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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